비방·공약으론 표 못얻는다/곽한주 기동취재반(총선 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민자당후보는 고생해봤자 의원이 못됩니다. 떨어질게 뻔하니 호남을 대표해 단식농성이나 할복을 하시오.』(무소속 김강곤 후보)
『자기가 분신이라고 자처하며 김대중 선생을 팔고 다니는 민주당후보는 국회의원 환장병 걸린게 아니고 뭡니까.』(신정당 이계대 후보)
『6공정권은 TK정권이고 공안통치·공작정치·정보정치로 유지되는 「3치」정권입니다. 이 3치정권을 회쳐 먹읍시다.』(민주당 김장곤 후보)
『나더러 「도청장사」한다고 하는데 나는 실제로 전남 도청을 나주로 옮겨오는데 미쳐있는 사람입니다.』(민자당 나창주 후보)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백화점 내에 나주특산물 직판장을 내도록 하겠습니다.』(국민당 김덕영 후보)
16일 오후 전남 나주군 공산면 공산중학교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5명의 후보가 차례로 등단,연설한 내용의 일부다.
이날 연설회는 비온 뒤끝이라 제법 쌀쌀한 날씨속에 면소재지에서 열렸음에도 3천명에 이르는 적지 않은 청중이 모여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차츰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정작 연단위의 후보자들은 정도의 차는 있지만 줄줄이 「문제발언」을 쏟아내 모범적 분위기를 흐려놓고 말았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들이 창고없다,비용든다고 추곡수매를 거부했다』고 몰아친 무소속후보가 있는가하면,한 야당후보는 다른 야당을 공작정치의 산물로 규정,싸잡아 비난했다.
특히 한 신생야당후보는 『표를 안줘도 좋다』고 공언하고 자신의 정견발표보다 상대후보 비방에 열을 올려 청중들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여당후보도 뒤질세라 5백만평 공단유치등 지역개발 공약을 내세운 다음 『이당 저당 다 집어치우고 나주발전당을 하자』며 지역이기주의에만 매달렸다.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많은 유권자들의 돌아서는 발걸음이 왠지 무거워 보였다.<나주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