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모두가 '님비'면 화장장은 어디다 세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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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법원은 서울시가 서초구 원지동에 건설키로 한 추모공원 계획이 적법한 것으로 최종 판결했다. 이제 6년간 끌어온 추모공원 건설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주민과 시민운동가들이 "우리 동네에는 결코 화장장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겠다"고 나서고 있어 앞으로도 완공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청계산 지키기 시민운동본부 등이 이 같은 반대에 앞장서고 있지만 이들이 정작 늘어나는 묘지로 인해 전국의 많은 산이 훼손되고 있는 것에는 무관심한 것을 보면 산을 지키겠다는 명분보다 단지 전형적인 '님비(Not In My Backyard)'현상으로 이해될 뿐이다.

매년 여의도만 한 땅이 묘지로 바뀌고 있으며 전 국토에서 묘지가 차지하는 면적은 서울시보다 넓다. 묘지 면적을 줄이기 위해서는 산골(숲 속이나 바다 등에 유골을 뿌리는 형태)이나 납골당 건립이 장려돼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화장(火葬)이 필수적이다.

다행히 지난해 화장률이 52.6%를 넘어서면서 매장을 앞섰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를 수용하기 위한 화장시설 확충은 님비 현상으로 막혀 있는 상태다. 서울 인근의 벽제 화장장이나 성남시 화장장은 포화 상태로 화장 순서를 기다리느라 장례 일정을 늘리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주민들의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는 첨단시설 등의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도 주거지 가까이에 추모공원이 들어선 예가 많다. 또 예술적인 디자인과 공원 조성으로 오히려 주변 지역의 업그레이드까지 끌어낸 경우도 있다.

서울시는 친환경적인 계획과 환경오염의 철저한 방지가 가능한 첨단시설 등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설 운용을 통한 인센티브 등을 주민들에게 제시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주민들은 더 이상 물리적인 시위 등을 통해 님비 현상을 지속하기보다 해당 지역에 실익이 돌아가는 추모공원이 되도록 서울시와 건설적인 협의에 나서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