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비방으로 끝난 유세/조광희 기동취재반(총선 현장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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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사분규 현장마다 끼어들어 노동자를 선동하고는 사업주들로부터 수습명목으로 거액을 챙기는가 하면 부동산투기로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더라….』 『총잡이는 동구가 아니라 서부로 가야 된다. YS를 대통령병자라고 하더니 4년만에 위대한 대통령감이라고 말하는 소신없는 금배지 환자.』
14,15일 양일간 합동연설회에서 민자당 허삼수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연설회장을 꽉 메운 청중들을 향해 토해낸 「열변」중 상대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인신공격성 발언이 난무해 유권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부산지역 최대 격전지로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부산 동구에서 13대에 이어 재격돌한 허·노후보의 이같은 인신공격내지 흑색발언은 유권자들의 흥미를 돋우는데는 성공했지만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지는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두 후보의 「정견」을 듣기위해 모처럼 연설회장을 찾았던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이같은 발언에 크게 실망하는 눈치였다.
정책대결이 아닌 인신공격 발언이 이같이 먹혀들어가지 않는 것은 발언내용의 사실여부에 앞서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동원된 박수부대로 보이는 젊은이·부녀자들도 간혹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이름을 연호했을뿐 상대 후보를 향한 야유나 집단퇴장없이 연설회가 끝날때까지 경청한후 버려진 홍보물을 줍는등 성숙된 연설회장 분위기는 13대 선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앞서 놀라움을 느낄 정도였다.
청문회 스타로 부상해 충실한 의정활동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노무현 후보와 13대때 YS바람때문에 패배한 이후 절치부심,4년간 지역구 관리를 해온 5공의 핵심주체였던 허삼수 후보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겨야만 된다는 생각에 앞서 이제부터라도 자신들에게 쏠려있는 전국민의 시선과 이같이 성숙된 유권자들의 의식을 가슴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부산 동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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