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 「구태」에 식상했다/청중 많아진 유세전 중간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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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후보말 직접듣고 투표하자”/비방·세과시엔 차가운 반응
14대총선이 중반전으로 돌입한 가운데 주말 이틀에 걸쳐 전국적으로 개최된 합동유세는 연인원 1백50만명(선관위·경찰추산)의 유권자가 유세장을 찾아 초반의 가라앉던 분위기가 합동유세를 계기로 점차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공고일 직후부터 계속되고 있는 여야정당연설회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때 유권자들의 합동유세에 대한 관심고조는 「의미있는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일차적으론 기성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가를 반증하고 있으며 합동유세장에서 후보들의 말을 직접듣고 선택하겠다는 관심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13대에 비해 여야 정당이 모두 바뀌고 후보들의 자리바꿈이 심해 선택에 곤란스러운 점이 있는데다가 국민당의 갑작스런 출현으로 선거결과 및 양태가 유권자들의 혼미를 유발시키고 있고 대권문제,TK론등 지역감정문제,연예인들의 대거출마등 몇가지 「재미있는」이슈와 쟁점들이 유권자들을 유세장으로 끌어낸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1,2차 합동유세결과 6공의 경제실정 ▲농정실패 ▲민생치안부재 ▲3당통합의 성격 ▲재벌의 정치참여문제 ▲야당의 수권능력 한계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주로 공격의 입장에 있는 야당측은 서울등 대도시에서는 물가불안,무역수지 적자확대,증시침체등 정부여당의 경제실패를 통계수치를 근거로 집중공략,국민들의 경제불안심리를 최대한 자극하고,특히 이같은 실정의 원인으로 ▲노대통령의 리더십부족 ▲3당통합후 끊임없는 대권다툼으로 인한 민생외면 등을 지적했다.
이에 맞서 민자당측은 경제난국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민주화에 따른 각계각층의 무분별한 욕구분출 ▲4당체제 여소야대시절의 집권세력의 허약등을 들면서 3당합당의 당위성과 함께 경제실정의 책임을 여소야대로 전가하고 있다.
주말 합동유세에서 나타난 또다른 특징으로 유세장 폭력과 후보자들의 세과시 경쟁이 역대 선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으로 이는 우리의 선거문화가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곳에 따라 후보자들간 상호 인신공격성 발언도 여전했으나 후보들의 인신공격성 발언에 대해 유권자들의 반응은 무척 냉담했다.
이는 유권자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변화의 조짐으로 볼 수 있고 후보자들이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망국적인 현상으로 지적되고 있는 지역감정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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