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서 듣는 판소리 다섯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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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간문화재들이 출연해 판소리 다섯마당을 차례로 펼치는 야외공연이 오는 29일부터 7월26일까지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 오후 3시 예술의 전당 연못 우면지 일대에서 벌어진다.
예술의 전당이 옥외공간 활성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하는「한국의 소리와 몸짓Ⅰ-명창 판소리 다섯마당」의 출연진은 박동진·강도근·성창순 한승호씨 등 4명.
모두 주요무형문화재 제5호인 판소리 다섯마당의 기능보유자인 이들은 김청만·정철호·김성곤·천대용씨 등 가장 빼어난 고수들의 북 장단에 맞춰 모처럼의 야외 판소리마당을 꾸민다.
원래 조선조 축제의식인 판놀음에서 줄타기·땅재주·춤·삼현육각 등과 함께 하는 소리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 판소리는 조선조 후기에 이르러 음악성과 형식성을 갖추면서 독자적 공연양식으로 발전했다. 이처럼 판소리는 주로 야외에서 공연돼 왔으나 그 밖의 전통예술들처럼 점차 내방문화(기방문화)로 바뀌었고 오늘날은 대부분 극장무대에서 공연되고 있다.
예술의 전당은 판소리 본래의 흥을 되살려 우리 전통예술을 좀더 대중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기 위해 열린 공간에서 소리꾼과 관객이 하나되는 판소리마당을 펼치겠다고 나선 것이다.
29일 판소리『춘향가』로 첫판을 여는 박동진씨(76)는 원래 무형문화재『적벽가』보유자지만 판소리 다섯마당을 모두 완창해 낸 현역 원로. 빼어난 즉흥성으로 판을 휘어잡는 그는 고수 김청만씨의 북 장단에 맞춰 정정렬에게 배운『춘향가』를 부르며 오는 7월26일에도 유성준에게 배운『수궁가』로 마지막 판소리마당을 펼친다.
4월26일『흥보가』를 선보이는 강도근씨(74)는 송흥록-송광록-송우룡-송만갑-김정문으로 이어진 동편제판소리의 대가. 우렁차고 쉰 듯하면서도 단단한 그의 남성적 소리는 나긋나긋하며 감칠맛 있는 서편제 판소리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고수는 정철호씨.
5월31일 성창순씨(58)가 부를『심청가』는 박유전-정응민으로 이어진 서편제 보성소리의 대표적 판소리. 극적 구성이 가장 빼어나고 익살과 재치가 넘치는 이 효녀이야기를 김성곤·정철호씨의 북 장단과 함께 들려준다.
6월28일 한승호씨(68)는 판소리 다섯마당중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적벽가』를 부른다. 그는『삼국지』중 유명한 적벽대전을 소재로 짜여진 이 판소리의 서편제를 박동실에게 배웠으며 천대용·정철호씨가 북 반주를 맡는다.<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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