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양비론이 투표율 낮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지금에 보이는 젊은이들의 정치적 냉소주의와 갈등은 어디에서 빚어지는 것인가에 대해 보는 이에 따라 여러 분석들도 나오고 회자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젊은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신문 논객들이 말하는 총체적 원인이나 사고방식과는 어느 정도 궤를 달리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으로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냉소주의와 갈등의 원인을 언론의 태도와 관련지어 보고자한다.
요즘 언론 치고 양비론적 시각을 가지지 않는 신문이 드물다. 양시론적 대화법은 변증법의 토대요, 근간이다.
이는 또한 발전의 긍정적 근거를 제공하여 주는 자양분 구실을 한다. 반면에 양비론은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의 발전적 관찰과 원인 규명이라는 사실보도의 허울만을 썼을 뿐, 이목도 조금 치고 저 목도 조금 치는 양비론은 사물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흐리게 하고 정확한 선택의 여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따른 정치적 냉소주의와 저조한 투표율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왜냐하면 이당 저당 모두 나쁜데 어디에다 찍으란 말인가. 당연한 결과를 놓고, 신문의 한 귀퉁이를「정치적 냉소주의를 버리자」는 말로 채운들 그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겠는가.
이러한 언론의 허점 속에서 선거 때만 나오는 선심정책, 현실성 없는 급조시책들이 정당의 선거 홍보용 전단처럼 지면을 채운다.
뿐만 아니라 양비론적 폐단으로 인해 좁혀진 선택의 폭 속에서 지역 이데올로기가 자라난다.
어떤 기준으로 정당을 선택하란 말인가. 언론의 양비론적 태도는 정치적 냉소주의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예비 유권자인 청소년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적당히 대답하고 무책임하게 말하는「같아요 세대」를 양산했다.
「미디어크라시 (Mediacracy)」라는 신조어는 언론이 비대한 규모만큼이나 방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이다.
언론이 수단이 아닌 주체자가 되어주길 바란다.【오세균<서울 노원구 상계5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