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군비경쟁/전력증강 “박차” 이스라엘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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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 미사일·탱크 등 다량 구매/시리아 러시아와 최신형 미그기 협상/이스라엘 미국에 “강력한 조치” 계속 촉구
미사일을 적재한 것으로 믿어지는 북한선박이 이미 이란에 입항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중동의 군비경쟁 문제에 또다시 서방의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걸프전이후 중동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모색키 위해 미국의 주도로 평화회담의 장이 마련돼 이 지역 당사국들이 참가하고 있지만 대화의 다른 한편으로는 치열한 군비증강 경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이번에 입항한 북한선박이 입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리아는 걸프전이 끝난 직후인 작년 4월 이미 북한으로부터 다량의 스커드미사일을 도입한바 있다. 당시 북한은 시리아의 라티카항을 통해 20여기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와 24기의 스커드C미사일을 시리아에 인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미사일은 걸프전 당시 이라크가 이스라엘에 발사했던 미사일보다 사정거리와 정확도에서 크게 앞서는 개량형이라고 해서 주변국들을 바짝 긴장시켰었다. 지금까지 시리아가 북한으로부터 구입한 스커드미사일은 총 1백50기에 이르는 것으로 서방의 정보분석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수출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나라는 물론 이스라엘이다.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이번 북한선박 사태를 가장 먼저 감지한 것도 미국이 아닌 이스라엘 정보기관으로 이스라엘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측에 북한선박에 대한 모종의 조치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샤미르 이스라엘 총리의 측근 가운데 한명인 예후드 올머트 보건장관은 최근 이 문제와 관련,『중동평화회담을 끌고가는 장본인인 미국이 뭔가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면서 『미국이 북한배를 침몰시킬지 어쩔지는 알수 없지만 뭔가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구체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금명간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모셰 아렌스 국방장관은 북한제 미사일 확산에 따른 이스라엘의 깊은 우려를 미국정부에 전달하는 한편 모종의 조치를 미국측에 촉구할 계획이라고 서방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시리아는 북한제 미사일을 구입하는 외에도 체코에 T72전차 3백대를 주문하고 러시아와 20억달러 규모의 무기구매계약을 추진하는등 최근들어 전력증강 노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의 구매협상 품목에는 48대의 미그29 전투기와 24대의 수호이24 장거리폭격기 등 최신 군사정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걸프전 기간중 자진해서 넘어온 1백여대의 이라크 공군기를 고스란히 차지함으로써 공군력을 크게 강화한 이란도 이번 북한선박 사태에서 보듯 북한제 미사일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90년대말까지 매년 20억달러를 군비증강에 투입한다는게 이란 당국의 계획이라고 이스라엘은 주장하고 있다.
말로는 모두 평화를 외치고 있지만 그 뒤로 계속되는 군비경쟁을 볼때 중동평화는 요원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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