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선거보도는 공정이 생명(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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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방송위원회가 14대총선을 앞두고 선거방송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어길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처로 평가된다.
입후보자 등록도 채 끝나기전부터 사회 일각에서 방송의 선거보도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제기되고 있고,시청자들의 우려가 일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방송위의 공정보도에 대한 감시와 제재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이 선거철만 되면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나 공정성 여부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것은 지난날 권위주의 시대때 권력의 언론억압과 간섭에 의한 왜곡보도의 전력때문이다. 방송,특히 TV의 경우 그 막강한 영향력이 권력에 완전 장악됨으로써 편파와 불공정보도가 극심했었고 급기야는 시청료 거부라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쳤던 어두운 역사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방송위가 선거방송에 관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보도기준과 심의·제재방안을 마련한데 기대를 걸면서 앞으로의 시행상황을 온 국민과 함께 주목코자 한다.
아울러 방송 종사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전파매체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그 파급효과가 엄청난 만큼 투철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자각,실천해 달라는 것이다. 현대 민주정치란 국민여론을 기초로 해서 존립되고 운영된다. 방송은 정치정보를 전달하고 확산시키는 데는 더할 수 없이 적절한 수단이다.
정보가 국민의 정치적 판단과 선택을 좌우하는 기본요소이기 때문에 보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이야말로 민주정치의 선행조건이다. 따라서 이 객관성과 공정성이 편향된 주관이나 기계적 조작에 의해 왜곡될 때 치유할 수 없는 역기능을 하게 되고,국민의 올바른 판단과 선택에 장애를 주게 된다.
선거에서의 방송의 역할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의 전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관심을 선거로 유도하는 것도 또 하나의 주요한 역할이다.
유세장을 찾아 후보들의 정견에 귀기울이는 유권자들의 수도 많지 않고,유세장 분위기도 냉담하다고 보도되고 있다. 아직 초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기성정치에 대한 실망과 냉소주의가 정치무관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국민의 냉담과 무관심은 정치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국민이 자기 구역의 출마자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데도 방송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국민이 선거에 관심을 갖고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당위성을 역설하는 캠페인을 해야 하고 후보자들의 실상을 유권자들에게 알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도와줘야 한다.
끝으로 방송위원회가 모처럼 마련한 선거방송기준 자체가 엄정하게 적용되고 집행되기를 바란다. 3당통합에 따라 방송위원회의 성향이 친여적으로 됐기 때문에 심의와 제재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일부의 의구심이 기우로 끝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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