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경제왜곡 심각하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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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돈과 인력이 흐름에 왜곡현상이 확연해지고 정부의 경제정책마저 파행현상을 노출시킴으로써 선거로 인한 경제의 주름살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정말로 나라살림을 걱정하는 정부와 정당들이라면 지금까지 나타난 경제적 부작용들만 가지고도 더이상의 폐해를 막아야겠다는 동기를 충분히 느낄만 한데도 이에 대한 관심이나 걱정의 기미는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걱정은 커녕,득표에 도움이 된다면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쯤은 아예 신경조차 쓸 필요가 없다는 식의 한심한 작태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선거의 직접적 영향이 가장 눈에 띄는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 업계의 인력난 가중이다. 기업이 주는 돈보다 두배 내지 세배의 일당을 주는 선거판에 인력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전국의 공단입주 업체들이 과중한 경영부담을 무릅쓰면서 종업원 지키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임금·근로시간·사원복지 등 제반고용 조건에서 기업은 전보다 더많은 것을 양보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빠져들고 이것은 곧 뒤따를 노사단체 교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로인한 경영부담은 특히 불황업종의 한계상황에 처한 중소기업들에는 치명타가 될 가능성도 있다.
통화의 구조 역시 선거철 유형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금융기관의 요구불예금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저축성예금이 줄어드는 구조변화가 그것이다. 은행요구불 예금잔고가 3월초 1주일동안 무려 14%나 늘어 유사시에 긴급동원될 수 있는 선거자금의 부피를 가늠케 해주고 있다.
선거판에 뿌려지는 과다한 현금은 선거직후의 통화환수부담을 그만큼 무겁게 만들어 자금의 심한 기복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이것이 기업의 원활한 경영활동에 큰 지장을 준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선거철만 되면 예외없이 홍수처럼 불어났다가 금방 줄어드는 현금통화의 비정상적 기복현상을 불치의 필요악으로 계속 방치해야 할 것인지 실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내용들은 사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따라서 정부와 정당들이 뜻만 있다면 그것을 미리 예상하고 대응하는데 있어 기술적인 어려움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막무가내로 승부에만 집착하는 정당은 또 그렇다고 치더라도 정부야말로 선거의 경제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에 추호의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최근 정부가 건축규제 연장문제,핵폐기물 처리부지의 선정,제2이동통신사업 추진문제 등 시급한 현안들에 대한 정책결정에 실기를 했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는 일이다.
선거의 폐해를 줄이려고 노력하기는 커녕 정부마저 정치적 계산에 흔들리는 듯한 태도를 보여서야 나라살림이 어떻게 되겠는가. 정부가 빨리 중심을 잡고 정상적인 정책수행기능에 딴 생각을 품는 일이 없도록 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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