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이주일씨 출마과정/김종혁 기동취재반(총선 현장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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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치를 한다 안한다 말도 많던 코미디언 이주일씨(52·본명 정주일)가 10일 이곳 구리시에 국민당 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연예인으로서의 인기가 과연 유권자들의 표로 연결돼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출마를 둘러싸고 그동안 벌어졌던 해프닝을(이씨에 대한 출마포기 압력설,홍콩으로의 돌연한 출국과 귀국,기자회견때마다 바뀌었던 이씨의 말,잠적소동등)을 지켜본 이곳주민들의 심정은 한마디로 착잡하다.
이씨가 받았다는 압력이 사실이라면 민주화가 업적이라고 주장하는 6공아래서 특정인의 출마를 공권력이 간섭하고 방해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앞선다.
만일 정부·여당이 그런 식으로 특정인의 손발을 묶어둘 생각을 했다면 어리석기 짝이 없다. 그런 미봉책은 피해받는 사람들에 대한 반사적인 인기상승과 현정권의 도덕성 훼손만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경우 무엇보다 그가 받은 외압의 실체가 정확히 밝혀져야 하겠지만 그 스스로 여러차례 말을 바꾸고 의도를 알 수 없는 행동들을 해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난은 면키 어려울 것 같다.
이씨는 지난달 13일 몇달뒤 돌아오겠다며 가족들까지 데리고 전격 출국했지만 정작 그가 홍콩에 머무른 기간은 단 5일이었다.
그사이 이씨는 여러차례 기자회견을 가져 국민들의 큰 관심을 끌었고 그때마다 말이 달라 도대체 외압이 있었다는건지 아닌지,진정한 출국 이유는 뭔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씨는 홍콩에 머무르는 동안 기자회견만 한 것이 아니라 정주영씨측에 은밀히 구리시지구당을 희망했다는 것이다. 귀국한 뒤에는 TV 등에 나와 출마를 않겠다고 스스로 밝히고는 잠적해버려 정주영씨와 국민당관계자들은 이씨를 내놓으라고 방송국에서 철야농성을 벌이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으나 아직 이씨가 외압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씨와 국민당이 처음부터 홍보효과를 노리고 각본에 따라 큰 외압이나 있는 것처럼 과대포장하는 관심끌기 작전으로 고도의 언론플레이를 했을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미디언 이씨가 「정치인 이주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언행을 삼가고 국민들앞에 정확하고 분명한 자기의사표시를 해야 했으며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면 그것을 폭로해 떳떳이 맞서는 용기를 보여줬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씨는 국민의 명운이 달린 정치를 코미디화하여 많은 사람을 농락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구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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