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전 도전권 쟁취 유창혁 5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왕위전 도전권을 쟁취한 뒤 납 인형처럼 삭막하던 유창혁 5단의 얼굴이 오랜만에 환해졌다.
한국 바둑 최고의 공격 수요, 질적으로 가장 우수한 스타일로 꼽히는 유5단은 올해 이창호 왕위와 조훈현 9단의 협공을 받아 대왕전·기성전에서 잇따라 허물어졌다. 이후 그의 순수한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져버렸다.
-오늘 또다시 조9단의 대마를 잡았다. 스케일이 큰 바둑이 역시 체질에 맞는가(유5단은 88년 조9단을 꺾고 대왕타이틀을 따낼 때도 대마를 잡고 이겼었다).
▲묘한 인연일 뿐이다. 조 사범이 한수를 빠뜨리는 바람에 힘겨운 바둑을 이겼다.
-또다시 이창호 왕위와 맞붙게 됐다. 지난해 이후 이 왕위에게 계속 졌는데 이번에는 어떤 자세로 승부 할 것인가. 또 내용에서는 이기고 승부에서는 진다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 체력이 약해져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 바람에 후반계산이 어긋나고 실수가 잦아졌다. 도전기까지 집중력을 높여 반드시 승리하겠다. 창호는 정밀하고 실수가 없지만. 초반에 약점이 있다.
유5단의 바둑이 화사한「봄날」과 같다면 이 왕위의 바둑은 은인자중의「겨울」과 같다. 유5단이 앞서나가고 이 왕위가 뒤쫓는 추격전이 또다시 되풀이될텐데 그때 잡히지 않으려면 체력과 집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스스로의 진단이다.『이창호는 강합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다를 겁니다.』
독수리 같은 헌걸참으로 한국바둑의 공격적 영역을 일구어온 도전자 유창혁은 이번 승부를 자신의 바둑인생의 한 분기점으로 여기고 있다.<박치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