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받는 「자원봉사자」(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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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8일 오후 5시쯤 서울 서초동 삼신빌딩 2층 통일국민당 서초을지구당 사무실 구석방은 1백여명의 남녀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었다.
『왜 이렇게 안주는 거야.』
약속받았던 일당 지급이 늦어지자 사무실에 모여있던 무리들속에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건축사회관에서 열린 국민당 서초을지구당 창당대회에 피킷조·박수조·안내조 등으로 참여했다 일당을 받기위해 이곳에 모여있었던 것.
『일당이나 벌어보자고 왔지 정치가 좋아서 왔나 뭐.』
대학생·휴학생·재수생,심지어 불량기가 있어 보이는 10대 등으로 이루어진 이들 「자원봉사단」은 이름과는 달리 대부분이 아르바이트생들이었다.
『지난번 다른 지역 창당대회에서 일했던 친구는 2만5천원을 받았다던데 우리도 2만원은 주겠지』
한참이 지나서야 나타난 당관계자들은 이들을 10명씩 11개조로 나눠 줄을 세운뒤 한조씩 위층으로 데리고 올라갔고 조장들이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본뒤 안주머니에서 흰봉투 하나씩을 꺼내 「자원봉사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하루종일 목이 터져라 외쳐댔는데 겨우 이거야. 점심도 제대로 못먹고 줄까지 서서 기다렸는데….』
봉투속에 든 현금 1만5천원을 확인한 한 남학생이 투덜대며 계단을 내려갔다.
『창당대회장에선 상대방의 불법선거운동을 그렇게 비난하면서 자신들도 불법을 행하는 꼴이 한심할 뿐입니다』
선거운동원인 친구의 부탁때문에 피킷조로 일했다는 오모군(21·3수생)은 일당을 받은뒤 쑥스럽다는 표정으로 슬그머니 기성 정치인들에게 화살을 돌려버렸다.<유철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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