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에 투자손짓/인도·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국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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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제빗장 풀고 외자유치 시동/저임노동력 등 시장잠재력 무한
서남아에도 경제자유화 바람이 불어 국내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주도의 독점적·통제적 경제노선을 걸어온 인도·스리랑카·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이 뒤늦게 세계경제의 흐름에 맞춰 잇따라 경제자유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신경제 정책의 줄기는 한마디로 개방화와 자유화. 이들은 앞다퉈 한국등 외국자본의 유치에 나서고 있다.
월 35∼70달러 정도의 싸고 풍푸한 노동력,인구 11억명에 달하는 넓은 시장등 개척여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남아지만 동남아에 비해 지역적으로 떨어진데다 정치적 불안정과 풍습의 차이로 국내기업들의 진출은 아직 부진하다.
인도에 대한 수출은 85년 4억6천7백만달러로 우리의 9번째 수출국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억8천만달러에 불과,15위권으로 밀려났다.
국내기업들의 서남아에 대한 인식도 아직 중동 진출을 위한 교두보라는데서 벗어나지 못해 지난해까지의 투자는 총6천9백만달러로 동남아 투자의 5.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예를들어 지난해 7월 현재 인구는 1천7백만명이지만 중동과 쉽게 연결되는 스리랑카에 대한 투자는 35건에 4천만달러지만 인구 8억8천만명으로 80배나 넓은 시장인 인도에의 국내기업 투자는 9건에 5백28만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새로운 경제흐름에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인 나라는 파키스탄으로 재계출신인 나와즈 샤리프 총리는 90년 10월 집권직후 ▲외국자본의 국내기업에 대한 1백% 투자허용 ▲외국기업을 포함한 민간에 국영기업의 대부분을 매각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로운 정책을 내놓아 그동안 30여개의 국영기업을 외국자본에 매각했다.
인도도 나라심하 라오총리가 집권한 지난해 7월 국영기업의 민영화와 외국자본과의 51% 합작허용을 골자로 한 대외개방 정책을 내놓았는데 지난 한햇동안 10억달러에 달하는 국영기업을 민영화 시켰다.
이에 힘입어 인도에 대한 외국투자도 급증,90년의 1백90건 1억2천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2백79건 5억5천만달러로 5배 가까이 늘어났다.
스리랑카·방글라데시도 지난해 경제자유화 정책을 발표했고 네팔도 이번달 안으로 신경제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서남아의 이같은 경제자유화 도미노 현상은 기본적으로 그동안 이들이 취한 국영기업 중심의 경제운영이 벽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국영기업의 비효율은 낮은 생산성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막대한 규모의 재정적자를 낳는 악순환을 거듭해 외자도입 이라는 외부수혈 없이는 치유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게다가 동서 양진영 사이에서 독자노선을 추구하던 이들의 외교저울이 소련의 붕괴로 서방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고 최근 미국이 경제원조의 대가로 대외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지역의 경제자유화 도미노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서남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많다.
우선 거리가 먼데다 언어가 다르고 사회 간접자본 시설도 부족하다.
다소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인도의 경우 외환보유고가 15억달러에 불과한 실정이고 외채위기와 함께 정치불안도 만만찮다.
이에 따라 무역진흥공사는 동남아에서 이미 일본에 뒤진 한국이 서남아 시장에서 발판을 굳히고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독투자보다 인도 현지 기업과의 합작투자나 제3국 기업과의 공동진출이 바람직하고 완제품 생산보다는 부품하청 형태부터 시작할 것을 권하고 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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