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바이러스」의 교훈/이원호 과학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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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며칠동안 미켈란젤로 컴퓨터 바이러스의 공포로 지구촌이 떠들썩했으나 국내에서는 약간의 피해가 있었을 뿐 각 기업체들이 미리 대비책을 세워 큰 피해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많은 컴퓨터전문가들은 이번 소동이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국민들에게 너무나 큰 교훈과 충격을 주었다고 말한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이솝우화에 나오는 「늑대와 양치기 소년」처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교차했다.
언론의 대대적인 경고메시지 덕분에 미리 예방책을 세움으로써 미켈란젤로 바이러스의 피해를 막은 것도 사실이다. 또 전에는 단순히 전문가들에게만 큰 관심거리였던 컴퓨터 바이러스 전파문제가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일조를 했을지도 모르는 일반 사용자들에게까지 경종을 울렸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소동으로 컴퓨터 사용자 일부가 예방대책을 세웠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때문에 편법으로 아예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아 업무에 지장을 주는등 경제적인 피해까지 발생했다.
더구나 큰일없이 끝난 이번 소동으로 13일에 있을지도 모르는 예루살렘바이러스등 각종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신뢰를 잃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예방법만 지키면 쉽게 넘어갈수 있는 단순한 사건을 주위의 풍문과 다른 나라의 급박한 소식 때문에 너무 호들갑떨지 않았나하는 점이다.
앞으로도 종종 컴퓨터 바이러스 소동이 예상되는데 혹시 백신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의 상업적 장난(?)에 놀림감이 될 수 있다는 노파심이 앞선다. 이번 소동이 일어난 것은 모컴퓨터회사의 백신판매를 위한 장난이 한 원인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한 것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미켈란젤로 및 예루살렘 바이러스 소동으로 지구촌이 떠들썩한 것과는 달리 의외로 조용했던 서울 용산전자상가 한 상인의 말이 떠오른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평소에도 항상 문제가 되는 것으로 일과성으로 호들갑떨기 보다는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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