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신라토기 재현 유효웅씨|"소박한 멋에 반해" 열정 3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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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4대째 옹기를 구워온 도공 유효웅씨 (49·경북 경주시 하동 210의 1)는 신라의 고도 경주가 자랑하는 예인으로 31년째 신라토기를 재현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은근한 정감을 자아내는 신라 토기에 흠뻑 빠진 그는 경주 최대 옹기 생산지인 현곡면 금강 3리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흙장난을 하면서 옹기 더미 속에서 커왔다.
국민학교를 졸업한 이후 가업인 옹기의 기예를 전수 받아 이를 지켜오다 그가 신라토기 재현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은 『가짜를 진짜처럼 만들어 팔면 짭짤한 돈벌이가 될 것 같다는 불순한 계산에서였다』고 그는 주저 없이 털어놓는다.
이를 말리는 완고한 아버지의 눈을 피해 그의 나이 20세에 경기도 포천으로 동업자인 형과 함께 자리를 옮겼던 그는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키기 위해 피눈물나는 노력을 쏟았다』고 한다.
토기를 박물관 등에서 보기만 했지 제작기법 등을 전혀 몰랐다는 그는 토기에 적합한 흙을 골라내는 일에 우선적으로 매달렸다.
흙이 그럴싸해 보이면 전국 어디든지 달려가 실어와 만들어 보는 시행착오를 5년 동안 했던 그는 벽돌과 진흙으로 4∼5일 걸려 만드는 가마 박기를 수십 차례 거듭해야 했다.
벽돌조차 직접 발로 밟아 만들었던 그는 손발이 터지고 끼니조차 잇기 힘든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좀처럼 재현되지 않는 옛 조상들의 솜씨에 경탄을 거듭해야 했고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다』는 오기도 생기더라는 것.
오기는 차츰 경외심으로 변해 조상의 숨결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과 이에 온 인생을 내맡기겠다는 결의가 뒤따랐다.
한국 신라 토기 재현의 선구자는 이렇게 해 태어나게 됐다.
진회색 바탕에 가마에서 지핀 나무의 재가 날아 녹아 붙어 바다 해삼의 빛을 발해야 훌륭한 토기로 인정받는데 그는 원형에 가까운 신라토기 재현을 위해 10여년의 길고 긴 탐구 끝에 경북 점촌의 흙점토, 영천의 황점토 및 안강의 황점토 세가지를 섞어 써야 제 맛이 살아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토기를 구울 때마다 6일 동안 불을 지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1천3백도까지 불의 온도가 올라가면 토기를 빚은 흙에서 규사질·철분·알루미늄 등의 성분이 녹아 나오고 여기에 땔감인 소나무의 재가 녹아 붙어 혼합돼 자아내는 아름다움과 신비감은 불을 지피는 도공의 마음을 더욱 경건하게 만든다고 했다.
함께 작업을 시작했던 그의 형은 거듭되는 실패와 가난에 손을 들어버렸으나 각종 토기 발굴 장소와 박물관 등을 쫓아다니며 연구를 거듭한 그의 집념은 73년 한 언론에 보도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가 그동안 재현해 본 신라토기 및 고구려·백제·가야·고려·조선조 토기는 모두 1천여 종류나 된다.
경주 민속 공예촌에 일반에 공개되는 작업장과 훌륭한 전시실을 갖고 있는 그는 그동안 국내와 일본에서 10여 차례 신라 토기 전시회를 가져 1인자의 위치를 굳혔으며 전국 및 경북 공예품 경진 대회에서 10여 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작은 것은 수만원에서 최고 1천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그가 이끄는 신라요는 지난 79년 정부로부터 문화재 모조품 제조업체로 지정 받아 그의 작품들은 전국 박물관 전시 판매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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