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 20명 입국 돈 받으려 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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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중심부 허란원(荷蘭園) 거리에 위치한 방코델타아시아(BDA) 행정센터. 이 은행에 동결된 북한의 52개 계좌 관련 모든 서류를 관리하는 곳이다.

11일 오후 이곳에는 내외신 기자 수십 명이 다녀갔다. 서너 명은 비디오 카메라와 사진기로 무장하고 은행 마감 시간인 오후 6시까지 정문을 지켰다. 그러나 이날 기다리던 북한 예금주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카메라가 부담이 될 겁니다. 아마 며칠 기다렸다 기습적으로 나타나겠지요." BDA 한 은행원의 분석이다.

하루 전 마카오 금융관리국(AMCM)이 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 2500만 달러의 자유로운 입출금을 허용했다고 밝히면서 예금 인출을 위해 북한인들이 조만간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 마카오 정보 당국은 최근 일주일 새 20여 명의 북한인이 자금 인출과 관련해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에서 들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의 BDA 예금 인출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 폐쇄 절차를 밟는다는 의미다. 북한은 그동안 BDA 자금의 인출 전까지는 2.13 합의에 따른 핵 폐쇄 약속을 이행할 수 없다고 버텨 왔다.

이 때문에 BDA도 2월 이후 북한 계좌 관련 서류를 모두 행정센터로 옮겨 일괄처리를 준비하고 있다. 예금주가 수표를 원할 경우에는 중국은행 수표를 발급해 주기로 했다. 달러 예금도 예금주가 원하는 통화로 바꿔 내줄 생각이다.

마카오 주재 북한 회사들은 정중동(靜中動)이다. BDA 행정센터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차이나 플라자(中華廣場). 이 빌딩 18층에 위윈밍(玉允明) 무역유한공사가 있다. 현지인 이름을 빌려 마카오 무역회사로 위장돼 있지만 사실은 마카오의 북한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북한 회사다.

이날 오후 회사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인들의 출입이 잦아졌다. 이 빌딩 관리인은 "일주일 새 부쩍 북한인들이 자주 보인다. 다만 오래 머무르지 않고 뭔가 회의를 한 뒤 곧바로 사무실을 나간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직원 이름으로 BDA 허란원 지점에 2000만 홍콩달러(약 14억원)를 예금해 놓고 있다. 당초 미국달러로 예금을 했으나 2005년 초 미국이 북한의 위조 달러를 집중 조사하자 지점에 요구해 미화를 홍콩달러로 모두 바꿔 새로 예금을 했다.

마카오=최형규 특파원

◆ 방코델타아시아(BDA)=마카오의 소규모 중국계 은행. 미 재무부는 2005년 9월 이 은행이 북한의 불법 자금을 취급했다며 마카오 정부로 하여금 북한 계좌를 동결시키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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