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기업관계 재정립을”/현대탄원 계기 각계서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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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금융·세정등 공정성회복 시급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정부와 현대그룹간의 갈등이 경제와 정치마당을 넘나들며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을 계기로 이제까지와 같은 정부와 대기업간의 관계로는 경제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다는 반성이 정부와 재계모두에서 일고 있다.
부실기업 정리를 위한 국제그룹의 해체가 정치적 비리로까지 비화되었으나 결국 유야무야되고만 것이 5공식 정부·대기업간의 관계였다면,대기업이 그룹차원의 세무조사에도 크게 타격받지 않고 아예 정치일선에 나서 행정력과의 공정한 대결」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 6공식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같은 현실은 주식이동에 대한 전산추적등 행정력이 꾸준히 강화되는 동안 대기업의 자생력도 그만큼 커졌고 동시에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된 정경유착에 대한 사회적 감시의 이목도 번다해지면서 피할 수 없이 일어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단순히 보아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문제가 산적해 있는 지금,이번 현대파문은 정부와 대기업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하는 적극적인 계기로 삼아야 하며 따라서 이 문제는 다음 정권의 숙제로 넘겨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자금 압박에 대해 어디까지가 금융 본연의 심사 기능이며 어디부터가 정치적고려인지를 현재와 같은 체제에서는 누구도 명쾌히 구분짓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계 인사,정책자금 책정,복잡한 여신관리등 현재의 금융현실에는 행정이 자의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많아 언제든 의혹의 소지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세무 행정의 강화에 대해서도 재계의 한 인사는 『세무행정의 강화와 함께 세무행정의 원칙도 누구에게나 명쾌히 지켜져야 하는데 이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며,우선 세무조사가 다른 행정 수단의 강화를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남발되는 일부터 자제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원칙적인 행정력의 적용에 대해서까지 우리의 현실을 핑계 삼아 정치적인 압력으로 몰아붙이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고 『그런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행정규제완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일단 정해진 규칙은 예외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금융이나 세정에 행정이 자의적으로 개입할 소지부터 없앤 뒤에 공정한 룰의 적용 원칙을 충실히 지켜야 제2,제3의 현대 파문을 막을 수 있다는 공통된 의견인데,그런 뜻에서 최근 금융에 대한 정부 개입의 강화를 우려하는 지적이 많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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