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라크 파병 국론 양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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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일본 정부의 자위대 이라크 파병 결정을 놓고 일본 국론이 찬반으로 엇갈려 시끌시끌하다.

유엔평화유지군(PKF)으로 파견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유엔 결의도 없는 상태에서 태평양전쟁 이후 처음 전투지역에 파병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외교안보 정책이 획기적 전환점을 맞았다는 지적과 함께 헌법 위반 논란도 달아올랐다. 파견 결과와 여론의 향배는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정치적 승부'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 신화사 통신은 10일 "일본이 경제대국뿐만 아니라 군사 능력도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확대하려 한다"고 분석하는 등 우려했다.

?국론 분열=일본 주요 신문들은 10일자 조간에서 찬반으로 명확히 갈라졌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일본의 길을 오도하지 말라'는 사설에서 "평화입국을 지침으로 정한 일본은 외국에서 전쟁하지 않는 것을 국시로 삼아왔는데, 그런 자랑스러운 역할을 버리는 것은 일본과 세계를 위해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보수 색채의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일본의 국제협력에 새 길을 연 역사적 결단"이라며 "파병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책무"라고 환영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등 야당들이 일제히 파병 반대 운동에 나선 가운데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적 동반자임에도 가토 고이치(加藤宏一) 전 간사장은 9일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없다"며 파병반대 입장을 밝혔다. 극우 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도쿄도지사는 적극 환영했지만, 이와테(岩手)현 의회가 10일 4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파병 반대 의견서를 채택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0일 "긴급 조사 결과 20명 가운데 찬성은 1명뿐이며 10명이 반대하고, 9명은 어중간한 입장"이라고 국민여론을 전했다.

?논점=헌법 위반 여부가 가장 큰 문제다. 고이즈미 총리는 9일 대국민 연설에서 이를 의식, 헌법 전문의 '전 세계 국민이 공포와 결핍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는 부분을 읽은 뒤 "이라크 파견은 헌법 이념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민당.공산당은 "자위대가 해외에서 전투 중인 미군을 지원하는 것은 헌법 해석상 금지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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