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원에 이래도 되나(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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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선관위원이면 답니까. 왜 사전 허락도 받지않고 이런 짓을 해 우리당의 선거운동을 방해하려합니까.』
『국민의 위임을 받고 불법선거운동 감시라는 정당한 공무를 수행하는 우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훼방꾼으로 몰다니….』
국민당 구로병지구당 창당대회가 열리고 있던 28일 낮 12시40분쯤 서울 구로3동 명궁예식장 2층 특실입구.
방명록 서명을 받고있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부녀당원들과 선관위 직원간에 방명록 사진촬영여부를 놓고 승강이가 벌어지자 장내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왜 우리당만 찍는 거예요. 이건 노골적인 야당탄압 아녜요.』
『야,필름내놔.』
2천여명이 대회장을 메운 가운데 이홍배 위원장(55)의 인사가 막 끝나 분위기가 한껏 고조돼 있던 시점이라 입구의 고함소리를 들은 청년당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삽시간에 분위기는 험악해져 버렸다.
『우리는 국민당 뿐만 아닐 정당을 가리지않고 이렇게 해왔어요. 선거법에 바탕을 둔 의례적인 불법선거운동 자료수집행위에 지나지 않아요.』
선관위 서병섭 사무과장(35)의 상황설명은 당원들의 거센 항의소리에 파묻혀버렸고 곧이어 이들에 에워싸인 서과장은 이리저리 밀리다 필름을 빼앗겨야 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신수동 한 한식집에는 주부·할머니 3백여명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입당한 적 없어요. 이웃의 권유로 참석하니 즉석에서 당원증을 만들어 주던데요.』
2시간여만에 음식점을 나서던 조모할머니(70)등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당원여부를 묻자 당혹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선거일공고를 1주일여 앞두고 이날 벌어진 두건의 해프닝이 3월에 치룰 선거의 모습을 짐작케했다.<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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