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록 지킨다" 신문 모으기 15년-일간지 등 39종 수집 보관 부산 김영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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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내 일간지·주간지·전문지 등을 15년째 수집 보존하는 사람이 있다.
광고·인쇄물·기념품 제작업소인 「마을문화」대표 김영진씨(47·부산시대정동1가39).
유일한 취미생활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의 사명감에 김씨가 신문 모으기를 시작한, 것은 78년5월.
이 무렵 정부에서 손기정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때 일장기를 달고 선두로 달려오는 모습을 담은 신문이나 사진을 찾고 있었으나 이를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역사의 기록이 영원히 소실된 것을 안타깝게 여겨 역사의 가장 생생한 증거인 신문을 모아두기로 했던 것.
김씨는 초기에는 5개 중앙 일간지만을 매일 1부씩 방아 보존해오다 올림픽이 열리기 1년 전인 87년부터는 자신의 생이 끝날 때까지 또다시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을 치를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 신문종류 등을 대폭 늘려 보관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그는 매일 중앙일보 1백부, 조선일보20부, 부산일보 10부 등으로 보관신문 종류와 부수를 늘려오기 시작, 최근 몇 년 사이 신생언론사가 많이 생기면서 현재는 보관신문이 주간지를 포함해 39개 신문(하루 3백80여부)에 달한다.
김씨가 지불하는 구독료만도 월95만여원. 제본비·보관비 등을 합하면 매월 1백80여만원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신문보관은 손이 많이 가 김씨는 매일 오전7시면 사무실에 나온다.
수십종의 신문들을 분류하고 광고지를 빼내는 작업 등을 끝내려면 1시간30분 이상 걸린다.
혹시 비가 와 신문이 젖는 날에는 다리미로 다려야 하고 보관해 놓은 신문이 상하지 않도록 매달 소독약을 뿌리고 환풍을 시켜야하는 등 쉴 틈이 없다.
이런 일들은 힘이 들뿐이지 그런대로 버텨나갈 수 있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이제 35t을 넘어선 신문 보관장소문제.
자택·사무실 창고·친구집 등 세 곳에 나눠 보관해 왔으나 이제 모두 빽빽히 들어차 새로 보관장소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신문보전연구회를 만들어 누구나 손쉽게 볼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는 그는 『신문을 보관할 창고만이라도 빌려주는 독지가가 나와 줬으면 한다』며 동지를 찾고 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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