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에 냉정 하자|김삼화 <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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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각 당의 선량 후보 공천자들이 발표되고 본격적으로 선거전이 시작된 것 같다. 신문마다 온통 14대 총선 표밭, 즉 각 지역의 입후보자와 그들의 우열을 가늠하는 기사가 매일 가득 차 있다.
종종 어느 당의 모 후보가 선거법 위반 행위를 하였느니 하는 기사도 눈에 띄게 늘었다. 유권자들이 잔치 판을 벌여놓고 후보자들을 불러 비용을 대게 하는 사례까지 있어 검찰은 금품을 주는 후보뿐만 아니라 금품을 요구하는 유권자들도 처벌하겠다고 할 정도다.
3월초께로 결혼 날짜를 잡았던 친지는 시골에 사는 부모님과 친척들을 태워올 전세버스가 이미 모두 계약이 끝나 있어 결혼 날짜를 뒤로 늦추는 해프닝까지 벌여야했다. 이 버스들은 거의 대부분 국회의원 후보들의 유권자 선심 관광용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후보자들의 선심 관광 또는 물질 공세·식사 대접 등의 대상자가 대부분 부녀자들이라는 점은 우리 여성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신문에 난 선심 공세 현장 사진을 보니 갈비집에서 음식 대접을 받는 사람들은 어린 자식까지 대동하고 나선 부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아이들이 왜 여기에서 이 많은 사람들이 갈비를 먹느냐고 물으면 그 엄마는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단지 온천에 한번 가서 탕에 몸을 담그고 나왔다는 것만으로, 점심에 갈비 대접을 받았다고 해서, 또는 쟁반·비누·치약 등의 선물을 받았다고 해서 우리의 귀중한 한 표를 값싸게 내던져야 하겠는가.
요즘은 한번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하여 선거를 치르는데 30억원 내지 40억원의 돈이 든다는 말도 들린다. 30억∼40억원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을 모아도 모을 수 없는 거액의 돈이다. 그러한 거액의 돈을 뿌리고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과연 본전 (?) 생각 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 학자들 중에는 모든 유권자에게 동일하게 한 표를 주는 것은 불합리하니 유능하고 학식과 덕망을 갖춘 사람 등 일정한 자격을 가진 자에게는 표를 더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왜 우리 여성들이 후보자들의 선심 공세의 주요한 대상이 되는가. 그것은 우리 여성들의 「누가 되든 상관 없다」는 식의 안이한 태도와 사고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게 마련이다. 입후보자들이 온천 관광, 갈비 식사 대접, 쟁반 등의 선물을 줄 때 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오히려 그러한 입후보자들에게 절대 투표하지 않는 운동을 전개한다면 자연히 금품 공세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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