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3불정책 깨지면 교육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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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교육방송(EBS)으로 방영된 '본고사가 대학 자율인가'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3불정책과 관련해 "이 정책을 하게 된 이유는 공교육을 살리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에 대해 "외국어 전문가로서의 교육을 시키고 있느냐"며 "외국어 전문가를 양성할 생각을 안 하고 (마치)입시 학원처럼, 입시 학교가 돼 가지고 그 사람들이 지금 본고사 하자고 자꾸 흔들어 우리 학교의 근간을 흔드는 세력이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지방의 이름 없는 학교를 나와도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또 대통령 안 돼도 행복할 수 있다"며 "서울대학교 안 가도 스스로 노력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방대학 출신들이 지금 (정부의) 쟁쟁한 자리에 다 있다. 국세청장하고 청와대 혁신수석하다가 거기서 일을 잘해 행정자치부 장관 갔다가 건설교통부로 발탁되지 않았느냐"며 전남대를 나온 이용섭 건교부 장관을 예로 들기도 했다.

일부 대학의 본고사 부활 주장과 관련해서는 "세계 일류 대학교 중에 본고사를 보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며 "본고사로 가버리면 부잣집, 많이 배우고 돈 많은 사람은 대학교를 가고, 아닌 사람은 못 가고, 그렇게 해서 몇몇 일류 대학을 나온 사람만이 한국 내 모든 요직을 독점한다"고 했다. "지금 제도를 하향 평준화라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굉장히 왜곡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 "3불정책으론 인재 못 길러"=정치권과 교육계 일부에선 노 대통령 발언을 반박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현 정부의 교육 3불정책으로는 훌륭한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며 "지금 정부는 공부 잘하는 학생의 원인을 부모의 경제력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사립대총장협의회 손병두(서강대 총장) 회장은 "3불정책을 빼고 대학의 자율화와 경쟁력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대통령 발언에 관계없이 예정대로 3불정책 연구 실무그룹을 가동해 5월 중 정부에 폐기를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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