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마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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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마빡이, 얼빡이, 대빡이, 갈빡이-.

얼마 전 끝난 모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름이다. 이 코너에서는 출연자가 쉴 새 없이 자신의 이마를 두드리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시청자의 억지웃음을 자아낸다.

자학적인 내용으로 청소년의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마빡이'는 나름대로 인기를 누렸다. 마빡이 춤과 노래, 마빡이 게임이 나왔고 여고생들이 제작한 '마빡이 실험실'이란 동영상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마빡이'는 내용뿐 아니라 언어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이름이다. '마빡'은 우리 몸의 일부인 '이마'를 저속하게 표현할 때 쓰이는 말이다. "이로 물어뜯고 마빡으로 들이받았다"처럼 이마가 무슨 흉기로 사용될 때나 어울리는 단어다. '대갈빡' '머리빡' '이마빡' 등에서 보듯 인격은 온데간데없고 삭막함만이 묻어난다. '마빡이'는 앞말에 '-이'가 붙어 그런 사람을 가리킨다.

'마빡이'에 이어 '얼빡이' '대빡이' '갈빡이'가 등장하듯 '-빡' 또는 '-빡이'라는 말에 익숙해지다 보면 이런 거친 언어를 양산하고 주저 없이 사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언어는 정신을 황폐화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코미디라고 해서 저속한 몸짓이든, 학대이든, 삭막한 말이든 사람을 웃길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은 아니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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