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誌 이라크 저항군 은신처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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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라크 주둔 미군을 상대로 공세를 펴는 이라크 저항세력들의 은신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이끈 바트당원은 물론 페다인 민병대, 전 공화국수비대원 등으로 구성된 몇몇 저항단체들은 지난 석달간 주간'타임' 기자에게 처음으로 제한된 취재를 허용했다.

바그다드에 주재하는 두명의 기자는 접선 약속이 되면 눈이 가려진 상태로 여러번 차를 갈아타고 아지트로 안내됐다. 타임 최신호에 소개된 내용을 요약한다.

#장면1=페다인 민병대 출신의 아부 알리는 지금 소규모 무장세력을 이끌고 있다. 그가 나를 데려간 곳은 한 건물의 작은 방. 낡은 소파에는 7명의 건장한 대원이 앉아 있었다. 곧 시작된 식사시간. 밥과 닭고기, 콩으로 만든 수프, 삶은 야채가 차려졌다. 대원들은 나를 의식하지 않고 떠들었다.

"추수감사절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바그다드에 온 걸 미리 알았더라면 휴대용 로켓포(RPG) 한방으로 날릴 수 있었을텐데…" "코앞에서 놓치다니"-.

땅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미군을 공격하다 이라크 민간인이 죽어도 공격해야 한다"는 알리의 주장에 대원들은 반발하는 눈치였다. 한 명이 "미군 병사 1명보다 이라크인 1명의 목숨이 귀중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사 뒤 아부 알리는 몇몇 대원과 나를 데리고 한시간 이상 떨어져 있는 비밀기지로 향했다.

그곳에는 지대공 미사일이나 기관총, 각종 무기가 널려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곳이 미군 헬기대대와 미중앙정보부(CIA) 이라크 조사단이 자리잡고 있는 바그다드 공항에서 2마일(약 3.2㎞)도 안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미군 헬기를 격추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장면2=11월의 어느날 밤, 아부 알리는 바그다드 외곽 모처에서 8명의 무장세력 지도자와 17명의 연락관과 집회를 가졌다. 저항세력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이라크전 후 급성장하고 있다. 소단체 지도자들은 각각 공격목표를 정하고 이런 집회에서 구체적인 공격방법 등을 협의한다.

후세인 정권 시절 유럽에서 무기 교육을 받은 아부 알리는 네트워크의 실질적인 작전 지도부를 맡고 있다. 그는 "우리는 부자가 아니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모두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무기창고에는 옛 소련제 지대공 미사일은 물론, 후세인 정권 때 암시장을 통해 구입해둔 무기가 산처럼 쌓여 있다.

다른 날 만난 또 다른 저항세력의 지도자 무하마드는 최근 입수했다는 60㎜ 박격포를 자랑했다.

시리아에서 사온 이 무기는 미군의 눈을 피해 한동안 늪지대에 숨겨졌다. 무하마드는 또 이 박격포 포탄 가운데는 치명적인 가스탄도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머지않아 위력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적당한 미국인 표적이 나타나기만 한다면 기상조건을 봐서 사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리=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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