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돌아가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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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문정희(1947~) '돌아가는 길' 부분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평생 돌을 깨어 불상을 만든 이의 뒤늦은 대오(大悟) 대각(大覺), 태어난 그대로가 부처님이셨던 줄을 몰라 숱한 부처님을 깨부수어 아닌부처로 만들고 나서야 깨닫는다고들 하지, 눈.코.입.귀 다 뭉그러지는 수천세월을 아닌부처로 견뎌내고서야, 본래의 참부처로 돌아가는 인각사 뜰의 석불 한 분과 무슨 얘기를 주고 받아 이런 경지에 다다랐을까, 이 시인은?

유안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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