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여건성숙”/파제예프 러시아 북한대사 내정자(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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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서 김정일아닌 김일성 주석이 나올 것
『남북한간 정상회담이 실현될 수 있는 여건들이 이미 충분할 정도로 성숙돼있어 멀지않은 장래에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주재 러시아대사로 내정돼 내달 평양에 부임할 유리 파제예프는 7일 모스크바에서 중앙일보의 인터뷰에 응해 이같이 밝히고 『남북합의서 채택,북한의 핵사찰 수락 등 이미 남북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은 충분히 충족돼 있다. 남북한 관계개선의 흐름으로 볼때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어느 지점에서 이루어질 것이며 모스크바나 북경은 고려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한 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누가 남북한을 대표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남한의 노태우 대통령일 것이다. 김정일 서기가 북한측을 대표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지난 54년 처음 북한에 파견된후 모두 세번,12년이상을 북한에서 근무했던 파제예프는 러시아 외무부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로 지난해 12월22일부터 26일까지 이고르 로가초프 특사를 수행,평양을 방문한 바 있다.
­누구를 만나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가.
『김일성 주석,김정일 서기 등은 만나지 않았다. 이종옥 부총리,강석주 외교부장대리 등을 만나 러시아와 북한의 경제관계 및 북한의 핵사찰 수락문제에 관해 논의했다.』
­과거 북한에 주재했던 경험으로 볼때 북한의 변화가 느껴졌는가.
『많은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이 정치적으로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치적으로는 정상적이고 안정돼있다고 보았지만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어렵지 않느냐는 인상이었다.』
파제예프는 최근 한반도의 화해무드가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은근히 빗대면서 북한의 정치분위기가 과거의 이념적 경직성에서 많이 탈피해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음을 넌지시 시사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무역거래가 달러로 결제되기 시작하면서 북한이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러시아가 외환결제로 무역거래방식을 바꾼 것은 북한의 경우 조금 빨랐다는 생각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가 북한에 고통을 준 것은 사실이다. 북한에 부임하면 러시아와 북한의 무역거래에서 구상무역 등 종래의 방법을 활성화하는 등 양국간의 관계증진에 노력하겠다.』<모스크바 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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