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금시장 “이상난동”/금리안정따라 기업들 「돈가뭄」 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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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자금시장이 이상난동현상을 보이고 있다. 연말·추석 다음으로 가장 큰 자금수요기인 설을 눈앞에 두고도 돈을 구하러 뛰어다니는 기업들을 찾아보기 힘드는등 예년에는 없던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설날 보너스등을 올부터 갑자기 줄인 것도 아닌데 일부 중소기업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자금사정이 「따뜻함」을 나타내고 있다.
설연휴를 하루앞둔 지난달 31일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17%선 미만으로 떨어졌다(3년만기 16.95%).
이는 90년 9월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년짜리 통안증권 유통수익률도 15.0%로 0.05%포인트 떨어졌다.
금융기관간 단기여유자금을 주고 받는 콜시장은 이날 전체적으로 소폭 오름세를 보였으나 콜시장의 대표금리인 단자사간 하루짜리 콜금리는 전날보다 0.2%포인트 떨어진 13.36%를 나타냈다.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월말에다 설직전인데도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이같이 줄어들어 금리가 하락하리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했으며 이는 예년과는 크게 다른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의 경우 1월말 18.11%였던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설자금 수요등에 영향받아 설(2월14일)직전까지 꾸준히 올라 18.37%를 기록했으며 단자사간 콜금리도 13.97%에서 15.28%로 상승했다.
관계전문가들은 이같은 금리안정의 첫번째 이유로 작년 11월21일 1단계 금리자유화조치와 함께 개인에게도 매입이 허용된 「중개어음」을 통해 대기업들이 조달한 돈이 약 2조원에 달하는 점을 들고 있다. 중개어음시장은 특히 필요하면 언제든지 간단하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심리적으로 자금가수요현상을 없애는데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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