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새 대표에 박상천 전 대표 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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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새 대표에 박상천 전 대표가 선출됐다. 3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표는 2164표(42%)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장상 전 대표(1925표ㆍ37.6%)와는 239표 차이였다. 김영환 전 의원(526표), 김경재 전 의원(372표), 심재권 전 의원(126표)이 뒤를 이었다.

‘민주당 중심의 중도정당 창당’을 내세운 박 전 대표가 선출됨에 따라 범여권 통합 논의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열린우리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그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통째로 합쳐지면 민주당은 흡수돼 없어질 뿐이며, 국정실패를 심판받아야 할 열린우리당의 일원이 될 경우 대선에서 한나라당 좋은 일만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민주당은 국민중심당과 열린우리당 탈당파, 정치권 외부 인사 중에서 중도개혁세력을 통합해 강력한 중도정당으로 출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선 가능한 대선후보를 배출한 뒤 열린우리당 핵심세력과는 12월에 지지도가 높은 쪽으로 후보를 단일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표는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종래의 범여권 단일 정당 주장을 수정해 ‘선 후보단일화, 대선승리 후 단일신당’을 말했는데 내 입장과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의 당선이 DJ 차남 김홍업씨의 4ㆍ25 보궐선거(전남 무안-신안) 출마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박 전 대표는 유세 과정에서 “전대이후 다시 논의해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과 DJ는 분리될 수 없다. 당의 공식절차에 따라 결정된 공천을 비판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는 장 전 대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입장이다.

범여권에선 ‘소속 의원 탈당 불사론’까지 거론하며 통합에 적극적인 한화갑 전 대표와 통합파 소속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온 장 전 대표가 고배를 마심에 따라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통합 논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합이 더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합에 진척이 없을 경우 소속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전망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어차피 민주당이 독자 대선 후보를 낼 수 없는 만큼 박 전 대표가 오히려 통합 협상에서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했다. 다른 의원은 “유력한 후보가 떠오르면 범여권 각 정파는 모두 그곳으로 모일 것이므로 민주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는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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