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순익의 21배나…금호타이어 '배당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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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금호타이어가 당기순이익의 21배가 넘는 '초고배당'을 결정해 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금호타이어가 공시한 2006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9억7000만원에 불과하지만, 배당금총액(현금배당)은 210억원에 이릅니다. 9원의 이익을 남겨, 210원을 나눠줬다는 얘기입니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뜻하는 배당성향은 2165%로, 12월 결산법인 중 단연 으뜸입니다. 2위인 고려시멘트 배당성향(425%)의 5배에 이르는 엄청난 배당입니다.

금호타이어가 원래 소문난 고배당주이긴 했습니다. 2005년 배당금 총액은 420억원, 그 전해도 275억원이었으니 올해도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순이익과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2005년 순이익은 982억원, 2004년엔 100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당연히 배당성향도 각각 42.8%, 27.4%에 그쳤습니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의 IR담당자는 "지난해 중국 공장을 새로 가동하면서 수백억원대의 평가손실이 나 당기순익이 떨어진 것"이라며 "하지만 주주이익 보호차원에서 그동안 쌓아뒀던 돈을 배당금으로 풀었다"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수치상 회사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배당잔치'를 벌인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34%를 가진 금호석유화학입니다. 회사측이 밝힌 '주주이익 보호'의 최대 수혜자는 모기업인 셈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증권사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금호타이어를 두고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김재우 연구위원은 "이번 배당은 자신감의 표현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내년 초를 기점으로 해외공장 증설 일정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매출 상승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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