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러스FTA] 전문가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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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협상 타결안은 각자의 민감 부문을 열지 않거나 덜 열기로 했다고 협상자들이 자랑할 만하다.

한국은 쌀 등 민간 품목을 개방 예외로 하거나 장기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하거나 또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규제조치)를 두도록 하는 양해를 얻어냈다. 이들은 협상 초부터 '절대 양보 안 한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경쟁 취약 부문인 자동차와 섬유의 관세를 단.중.장기에 걸쳐 철폐하기로 했다. 우리 측의 즉시 철폐 요구를 방어해 낸 것이다. 반덤핑 등 무역 구제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도 미국으로선 선방했다. 서로 "당신의 민감 부문을 건드리지 않을 테니 우리 민감 부문도 건드리지 말라"고 한 결과다. 각자 '보호의 국익을 지켰다'는 점에서 미국 대표에게는 'A+', 한국 대표에게는 '수'를 줘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서로 시장 개방을 많이 할수록 높은 수준의 FTA다'라는 기준으로 보면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그나마 공산품 등 상품시장에 대한 접근에서는 그래도 애를 쓴 흔적은 보인다.

문제는 서비스 개방이다. 자유무역협정이라고 내놓기 낯뜨거울 정도다. 우리 쪽이 너무 많이 지켰다. 교육.의료 등 민생과도 밀접하고 가장 개방이 필요한 서비스 부문들이 빠졌고,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할 법률.회계 등 비즈니스 서비스 부문도 천천히 개방하는 식으로 빠져나갔다. '수준 높다'고 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서비스시장 개방에 진척이 없었다.

민감 부문에 대한 '높은 배려'와 '낮은 시장 개방'을 합하면 이번 타결안은 B+나 85점 정도로 평가할 수 있겠다.

김정수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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