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의 팔방미인」 가정주부 김청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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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노래와 무용·재담 등으로 수천 명의 관중을 몸살이 나도록 울고 웃기고 할 수 있는 재주꾼 김청자씨(49·경남 마산시 월영동 화인아파트 104동 903호)는 요즘 마산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그가 기타를 메고 주부대학 등의 강단에 서면 순식간에 화끈한 분위기가 된다.
대학시절 익힌 무용과 18년째 계속해온 서예.
음악을 비롯, 4년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그림 등이 모두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마산의 팔방미인으로 통하는 김씨는 일찍 출가한 딸(30) 덕분에 재롱둥이 손녀(6)까지 둔 할머니. 김씨는 남편 감경흥씨(57·마산 법무사협회장)와 두 자녀(1남1녀)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틈틈이 익힌 취미생활이 이제는 전문가 수준으로 평가받아 가까운 이웃들과 할머니들에게 노래와 무용교습까지 하고있다.
『가족들의 뒷바라지에 헌신해 온 주부들이 뒤늦게 빈 껍데기만 남았다고 후회할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하는 김씨는 『비싼 의상비 등을 줄여 외모보다는 정서를 풍성하게 가꾸는 것이 남편과 자녀들에게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부산 영도 출신인 김씨는 61년 부산사범대학 졸업 후 경남거제 계룡국교와 창원 현동국교, 마산 가포국교 등에서 7년 5개월 간 교사로 재직했다.
졸업한 그 해 결혼한 김씨는 『신호형 교사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설거지와 빨래 등 집안 일을 빨리 해치우는 습성을 익힐 수 있었다』며 『일과를 적절히 운용하면 취미생활을 할 충분한 여가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기타로 조영남의 『낙엽은 지는데』를 자주 연주한다는 김씨는 87년 말 KBS주최 전국 부부가요제에 참가, 입상한데 이어 2년 전 마산 성안백화점에서 열린 주부노래자랑에서는 참가자 99명 중 최고령으로 예선을 통과해 결선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성당교우들과 서예학원 동료수강생들의 요청으로 매주 화·목·토요일 주부·할머니 등에게 무료로 노래와 에어로빅 지도를 해주고 있다.
노래를 배운 할머니들이 집안 잔치 때 최근 유행하는 신곡을 불러 가족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자랑을 하면 함께 흐뭇해진다는 그는 주부교실이나 아파트 이웃주민들로부터도 노래공연과 강사요청을 받아 항상 바쁘다. 【마산=허상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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