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역사소설 『예성강』펴낸 작가 유익서씨 &"무신정권 부패상과 민초의 삶 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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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권부십년이란 말이 있듯 아무리 강력한 권력일지라도 10년쯤 지나면 썩게 마련입니다. 무신난 이후 고려의 썩어 들어가던 권력의 구조와 생리, 그것에 버티며 끈질기게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과 풍속을 통해 30여년간 군사지배체제의 질곡 아래 왜곡된 우리 시대를 환기해보려 이 작품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작가 유익서씨(47)가 대하역사소설 『예성강』4권을 펴냈다(한길사간). 유씨는 올해 안에 4권을 더 펴내 전8권, 원고지 1만여장 분량으로 이 작품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돼 문단에 나온 유씨는 주로 중·장편 현대물만 다루다 이번에 본격적으로 대하역사소설에 뛰어들었다.
「권력의 속성과 중세 피지배계층의 삶·풍속·문화 등을 총체적으로 복원한다」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예성강』은 무신정권의 부패가 드러나기 시작한 고려 명종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다섯 갈래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유랑예인집단인 무자리들의 삶을 기본 축으로 민간신앙인 무당들의 풍습과 애환, 지배이데올로기였던 불교의 폐해, 그리고 권력핵심부에 들어간 승려를 통한 권력구조, 양반·토호들의 노리갯감인 기생들을 통한 지배계층의 토색질과 이에 대항하는 농민반란 등을 끌고 가며 『예성강』은 한 시대 전체를 드러내려했다.
『역사소설은 처음이고 또 개성주변을 배경으로 해 자료 수집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2백여권의 사서를 통해 고려시대 풍습을 떠올렸고 그곳의 지리는 군사작전지도를 통해 익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북한지역을 배경으로 해 자료수집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유씨는 특히 통일원에서 본 북한의 『조선전사』에 고려시대 농민반란이 상세히 기술돼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사관도 다르고 한 사건을 침소봉대한 측면도 많았지만 새로운 사건을 찾아내는데는 북한의 서적들도 소설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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