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분규의 파장을 우려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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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대자동차의 노사분규가 정부의 물리력 동원이라는 극한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현대자동차의 노사분규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이지는 않다. 그것은 현대자동차와 관련을 맺고있는 부품업체등 많은 기업들의 경영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일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우리경제 전체에도 파장을 일으킬만한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노사가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것은 최소한 사태를 더이상은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어느 쪽의 주장이 옳건간에 서로가 현재의 입장만을 고집해 극한상황을 빚어낸다면 그 어느 쪽도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분규의 직접적인 원인을 살펴볼때 하려고만 한다면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노사간의 쟁점은 특별상여금을 주느냐 못주느냐 하는 단순한 것이다. 이런 단순한 쟁점이 한달이 넘도록 타협점을 찾지못하고 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결국 서로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다.
근로자측은 회사측이 경영성과에 배분을 기피한다는 판단에서,회사측은 노조측이 앞으로 있을 임금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 한다는 인식에서 양보를 거부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수년간만 해도 거의 해마다 대규모 분규를 경험해와 이제는 근로자측도,회사측도 서로 상대방의 입장과 사정을 알 만큼은 알고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이번과 같은 단순한 쟁점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극한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것은 서로가 이번 분규를 통해 현안문제해결 이상의 결과를 얻으려 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들게한다.
그렇다면 이는 어느 쪽이건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현재의 경제상황으로 볼때 어느 쪽이 어느 쪽을 굴복시켜 묵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할 그러한 여건에는 있지않다. 현재의 형편은 그 어느때 보다도 노사가 공동의 목표에 인식을 같이해 협조의 분위기를 키워나가야할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는 근로자측도,사용자측도 다른의견이 없을 것이다.
이제까지의 대규모 노사분규의 경험을 되새겨 볼때도 노사가 극한상황으로 치달은 결과는 서로가 얻은 것 보다 잃은 것이 더컸다. 많은 근로자들이 희생되었고 기업측은 기업측대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고 그것은 국가적 손실로까지 이어졌다.
그것을 왜 되풀이 해야 하는가. 지난해 모처럼 진정기미를 보이던 노사분규가 이번 현대자동차의 분규를 계기로 다시 격화된다면 그것은 또 한번 모두가 희생자가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부가 쉽게 물리력을 동원하려는 자세도 옳지 않다고 본다. 노동당국은 이번 분규에서 본때를 보여 올봄 임금협상에서의 마찰을 사전봉쇄해 보겠다는 의도겠지만 노사문제가 물리력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안이한 발상이다.
우리는 최악의 사태를 막는 길은 노사가 양보의 자세로 다시 협상을 시작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강경자세로 얻을 것은 서로의 피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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