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개성공단 협의체 구성 의견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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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은 개성공단의 상품을 자유무역협정(FTA)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되, 양국이 협의체를 만들어 이 문제를 앞으로도 계속 논의하는 쪽으로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 행정부가 ‘개성공단은 FTA 대상이 아니다’는 단호한 입장을 굽히지 않음에 따라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협의체 구성’이라는 차선책을 제시했다”며 “미국은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FTA 적용 여부를 논의하자는 한국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개성공단 협의체가 가동될 경우 한국 정부로선 나중에라도 개성공단 상품을 FTA 대상에 추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것이 되므로 명분을 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협의체 구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향후 북ㆍ미 관계를 고려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과 양자대화를 하면서 핵무기를 제거하려는 미국으로선 6자회담 분위기를 계속 좋게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개성공단의 문제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앞으로 미국은 2ㆍ13 합의의 진전, 그에 따른 북ㆍ미 관계 개선, 개성공단의 노동여건 개선 등의 상황을 점검하면서 개성공단을 FTA에 추가할지 여부를 가늠할 것”이라며 “미국이 개성공단의 문제를 대북 협상의 지렛대(leverage)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개성공단 상품을 FTA 대상으로 인정할 경우 북한의 신인도는 크게 올라갈 것이며, 북한이 얻을 경제적 이득도 클 것이므로 미국은 한국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촉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양국 간 FTA를 깊이 연구해 온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제프리 스콧 선임연구원도 ‘당장 개성공단을 FTA에 넣는 건 불가능한 만큼 양국이 계속 논의하는 틀을 마련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며 “그런 생각이 미 행정부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le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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