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전경련회장 "한미FTA에서 쇠고기는 양보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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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29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쇠고기는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 간담회에서다. 그는 “한ㆍ미 FTA 협상 타결에 미국산 뼛조각 쇠고기 수입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글로벌 경쟁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우리가 경쟁력이 처지는 것은 양보하고 우리가 강한 품목을 그쪽이 개방하게 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쇠고기는 미국ㆍ호주에 당할 수 없다”고 했다.

일본의 사례를 들어가며 농산물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해야한다는 주장도 폈다. 비싼 일본의 쌀을 중국 부유층이 사 먹고, 고가의 일본 사과는 대만에서 최고의 선물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큰 피해를 입는 농가들도 일부 나올 것이며, 이들은 정부가 구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 쌀 등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비하려고 농특세를 거뒀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우려했던 것처럼 WTO가입했다고 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느냐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29일 열린우리당이 출자총액제한 완화를 당론으로 채택한데 대해서는 “큰 성공이지만 1% 정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선진국이 되려면 규제도 글로벌화해야하는 데 출총제는 선진국에 없는 제도”라고 했다. 완화가 아니라 아예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이다. 20일 전경련 임시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직후 기자들에게 “출총제가 우리 사회 풍토상 필요하다면 인정해야 한다”고 했었는데 입장이 바뀐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샌드위치론에 대해서는 “경쟁 시대에 1등이나 꼴찌가 아니면 누구나 샌드위치 상황”이라며 “이 회장의 말은 나중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혼란스러워진다’고 한 것과 연결해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위기 의식을 잃었다가는 정말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이 회장이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올 초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샌드위치론을, 이 달 9일 투명사회협약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정신차리지 않으면…”이라는 말을 했다.

“어느 정부 때 제일 기업하기 좋았는가”라는 질문에는 “기업가는 환경이 좋고 나쁘고보다 돈을 잘 벌고 못 벌고를 따진다”며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 돈 벌고 사업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제일 좋았다”고 회고했다.

조 회장은 삼성 등 4대 그룹의 전경련 활동 참여가 저조하다는 지적에 “4대 그룹 회장들에게 전화해 ‘같이 가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권혁주ㆍ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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