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가혹행위로 허위자백 억울”/40대가 공기총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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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주택조합간부 집유출감 이틀만에… 대검 조사나서
위장전입자와 짜고 입주권을 불법으로 분양해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던 재개발지역 주택조합 간부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출감한지 이틀만에 『검찰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해 허위자백하게돼 억울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공기총을 쏴 자살했다.
13일 오전 6시쯤 서울 도곡동 삼성가든맨션 이기웅씨(48·전역삼 제1구역 재개발지역주택조합총무이사)집 서재에서 집주인 이씨가 공기총으로 오른쪽 귀밑을 쏴 자살한 것을 이씨의 부인 이기옥씨(45)가 발견했다.
이씨는 가족·재개발조합관계자등 모두 10명 앞으로 남긴 편지지 23장분량의 유서에서 『30살도 안되는 조사관에게 무지막지한 폭행을 당해 「살고 있지도 않은 세입자에게 입주권을 주었다」고 허위자백해 억울하기 짝이 없다』고 주장했다.
도곡동 882일대 일명 「역말자연부락」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던 이씨는 88년부터 이 지역에서 결성된 재개발주택조합 총무이사로 일해오다 위장전입자 11명에게 불법으로 아파트분양권을 나눠준 혐의로 지난해 7월11일 검찰에 구속됐었다.
이씨는 11일 서울지법 형사4단독 재판부에서 검찰의 기소내용이 인정돼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부인 이씨는 『남편은 유서에서 주장한 것처럼 검찰조사과정에서 무수한 구타를 당해 허위자백했으며 또다시 가혹행위를 당할까봐 항소를 포기할 정도로 심한 공포감에 시달리다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씨를 수사했던 서울지검 특수3부 양종모 검사는 『이씨 수사과정에서 무릎을 꿇린 적은 있으나 유서내용대로 가혹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이씨가 쓴 여러통의 유서중 유독 주택조합장 앞으로 남긴 유서에만 가혹행위사실을 밝힌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감찰부는 14일 진상여부를 가리기 위한 감찰에 착수,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날 경우 관련자를 구속하는 한편 상급책임자에 대해서도 엄중문책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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