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들은 수능으로 뽑는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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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 조절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능 성적을 9단계의 등급으로만 매김에 따라 자칫 난이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수험생의 실력 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47만여 명의 전국 고3 학생이 14일 치른 모의 수능시험을 채점한 결과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어렵게 출제된 영역에서 중하위권 수험생은 2~3점짜리 한두 문제 차이로 등급이 오르락내리락하는가 하면 상위권에선 10점이 넘는 점수 차에도 같은 등급이 매겨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학생.대학들은 11월 15일 치러지는 실제 수능에서 난이도 조절 실패로 선택 영역.과목에 따라 들쭉날쭉한 등급이 부여될 경우 유.불리가 엇갈리는 등 적지 않은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수능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등 수능 반영 비율을 높인 대학들은 수능 등급을 점수로 환산할 때 어려움이 예상된다.

◆ 한 문제로 갈리는 등급=이번 모의 수능에서 수리 '나'형 응시자 중 7등급과 8등급은 3점짜리 문제 한 개 차이다. 5등급과 6등급은 2점짜리 문제 두 개로 등급이 달라졌다. 물리 과목의 경우에도 13점 5등급, 10점 6등급, 7점 7등급, 5점 2등급으로 분류됐다. 두 문제만 더 답을 맞히면 두 개의 등급이 올라가는 형태다.

반면 1~4등급의 점수 차는 12~25점까지 벌어졌다. 문제가 어려워 상위권 학생들의 점수 차가 벌어졌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은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해 낮은 점수대로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외국어 영역에서는 66점과 79점이 같은 3등급이 됐다. 79점을 맞은 학생은 1점 차이로 2등급이 되지 못하고, 66점을 맞은 학생과 대입에서 똑같은 점수를 받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언어 영역에서는 1등급을 맞은 학생이 정해진 비율(4%)보다 0.42%가 많았다. 2등급 커트라인 동점자가 많아 2000명 가까이 추가로 1등급이 됐기 때문이다.

◆ 대학 반응=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은 "대부분 영역.과목이 1등급인 학생들을 수능으로 선발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수능 문제가 상위권 학생들의 실력 차도 구별하기 어렵게 출제될 것에 대비해 수능 등급을 점수화할 때 영역별 점수 배분을 정교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2008학년도 입시에서 정시모집 일반전형 모집 인원의 50%를 수능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서울여대 이영섭 입학처장은 "9개 등급만으로 수능 성적을 낸다고 발표했을 당시부터 우려됐던 문제"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영역별 등급을 점수로 환산해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 내 전형요소로 활용할 예정이지만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논술과 학생부로 변별력을 보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사회문화.한국지리에 몰려=이번 평가의 사회탐구 영역에서 사회문화(67.7%).한국지리(66.1%).윤리(58.9%)를 선택한 학생이 많았다. 11개 선택 과목 중 경제지리(10.6%).세계지리(12.3%).세계사(12.6%)의 응시율은 낮았다. 과학탐구에서는 생물.화학.물리.지구과학 순으로 선택됐다. 올해 수능에서도 이와 비슷한 분포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상언.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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