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우스 불사회당 당수 피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권후보 경쟁 치열… 파벌간 막후흥정 산물/미테랑 총애속 로카르 전총리파와 손잡아
오는 95년으로 예정된 프랑스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집권사회당 내부의 대권후보경쟁이 벌써부터 치열한 가운데 로랑 파비우스(45)하원의장이 9일 돌연 사회당의 실질적 최고책임자인 당제1서기로 선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자크 들로르 유럽공동체(EC) 집행위원장(66)과 미셸 로카르 전총리(61)가 미테랑 대통령의 뒤를 이을 사회당의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인식돼온 상황에서 파비우스 의장의 갑작스런 당권장악은 이들의 대권후보경쟁에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파비우스 의장의 당권장악은 대권후보를 둘러싼 당내 각파벌간의 복잡한 막후 흥정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7일 당제1서기직에서 사임한 피에르 모루아 전총리는 사임발표와 함께 파비우스 의장을 적임자로 지명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당초 자신의 측근인 미셸 델라브르 도시계획장관을 후임자로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진 모루아 전총리가 갑자기 생각을 바꿔 파비우스 의장을 밀게된 것은 미테랑 대통령의 입김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테랑 집권초기인 84년부터 86년까지 30대에 이미 총리를 지내기도 한 파비우스 의장은 미테랑 대통령이 총애하는 인물가운데 한명으로 평이 나있다.
그러나 당집행위원(총 1백31명)과반수이상의 지지를 얻어야만 제1서기가 될 수 있는 만큼 파비우스 의장이 제1서기로 선출되기까지는 당내 각 파벌간의 사전합의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파비우스 의장 자신이 리오넬 조스팽 교육장관과 함께 당내 최대파벌을 형성하고 있긴 하지만 두 파벌이 라이벌관계에 있어 제3의 파벌과 연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비우스 파벌은 당내 제3의 파벌인 로카르 파벌과 손을 잡아 당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로카르 전총리가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위험부담을 무릅쓰고 파비우스 의장의 손을 들어주게 된 것은 대권과 관련한 나름대로의 냉정한 계산결과로 지적되고 있다.
즉 로카르 전총리는 대권후보경쟁에서 자신의 최대 라이벌로 들로르 EC집행위원장을 상정했고,그의 대권행보를 차단하기 위해 잠재적 라이벌인 파비우스 의장과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전형적인 이이제이 전법을 구사한 셈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로카르 전총리는 파비우스 의장을 미는 조건으로 자신의 대권후보 공인을 요구,이를 실현시켰다.
모루아 전 제1서기로 하여금 『로카르는 사회당의 「실질적」대권후보다』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게끔 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로카르 전총리는 일단 사회당내 대권후보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적 인기를 배경으로 한 들로르 의장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여론조사에서 들로르 의장은 로카르 전총리와 큰 격차로 항상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들어 그는 프랑스내 각종 정치행사나 TV 등에 자주 출연,유력한 대권주자로서 이미지심기에 주력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아직은 경륜으로 보아 들로르 의장이나 로카르 전총리보다는 한수 아래로 치부하고 있지만 이번 당권장악을 계기로 야심만만한 파비우스 의장이 펼치게 될 대권도전공세도 결코 간단치는 않을 전망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