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명 대학들 '블루 오션' 인도로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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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경제발전에 필요한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가 대학교육을 대대적으로 확충키로 하자 미국 대학들이 앞다퉈 인도 교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인도 정부가 인력 확보를 위해 1500개 대학을 추가 설립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외국대학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고 26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외국 대학의 힘을 빌려 자국에 좋은 학교를 세우기로 하고 해외 대학.전문대학원이 자국에서 쉽게 학교를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손질하고 있다.

외국 대학의 효과적인 유치를 위해 지금까지 정식 학력으로 쳐주지 않던 인도 내 분교에서 딴 학위도 인정해 줄 방침이다.

현재 인도에선 미 챔플레인대 분교를 비롯한 외국계 대학 분교에서 매년 10만 명 이상의 졸업자를 배출하고 있으나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인도가 대학교육 확충에 이토록 열을 올리는 이유는 한 해 7~8%에 이르는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대학 진학률이 낮아 고급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18~24세 인구의 7%만이 대학에 재학 중이다.

이는 선진국보다 낮은 것은 물론 주요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그 결과 현재 16만 명이 한 해 40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쓰면서 외국에 유학하고 있음에도 기업을 이끌 고급 인력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사정으로 인도 대학교육 시장이 '블루 오션'으로 새롭게 떠오르자 컬럼비아.코넬.카네기 멜론 등 상당수 유명 대학이 인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05년 인도 정부 조사에 따르면 이미 131개 외국 교육기관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도는 영어 사용국이어서 미 대학으로서는 언어 장벽이 있는 중국에 비해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다.

특이한 것은 미 대학들이 중국.싱가포르에 진출할 때는 분교를 세우는 게 보통이었으나 최근 인도에서는 현지 대학 또는 연구기관과 합작해 학교를 새로 세우거나 합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에 위치한 인도경영연구소(IIM)와 손잡고 학생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 인도 학생들을 미국으로 데려와 수업을 듣게 한다.

카네기 멜론대는 인도와 미국 양쪽에서 교육하는 경우다. 대부분의 강좌를 인도 현지에서 듣게 한 뒤 마지막 반년 과정만 미국에서 이수토록 하고 카네기 멜론대 학위를 수여한다.

일부 미 대학은 인도 학생을 선발하면서 인터넷을 통한 화상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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