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反盧·非한나라"…趙대표는 민생 챙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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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7일 당 지도부와 함께 경기도 평택의 한 산업단지를 방문했다. 민생 챙기기 행보다.

趙대표는 중소기업 사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와 대통령에게 직접 쓴소리를 한다고 생각하고 다 얘기해 달라. 저희가 듣고 당의 정책에 적극 반영할 것이고, 정부와 대통령에게도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쓴소리 대표'의 이미지를 한껏 살려 당 지지도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심산이다.

동교동계도 趙대표 밀어주기에 적극 나섰다. 지난 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신임 인사차 방문한 趙대표에게 "민주당원들은 참 현명하다"고 말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곧장 다음날 趙대표의 전주 나들이에 김옥두.정균환.이훈평 의원 등이 대거 동행했다.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김심(金心)의 향배가 사실상 드러난 것 아니냐"며 "현재 민주당으로서는 趙대표가 최선의 카드며, 趙대표를 돕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표의 이미지 관리와 달리 당 차원에선 연일 청와대.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동시에 공격하고 있다. 양측이 아귀다툼에 매몰된 틈을 타 '반(反)노무현, 비(非)한나라당'의 독자 행보를 재촉하는 모습이다. 일요일인 7일에도 "신당 사람들은 무모한 정치실험을 당장 그만두고 개별적으로 들어와라"(강운태 사무총장), "盧대통령은 정치 어른이기를 포기하고 끝없이 정치 아이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김성순 대변인), "단식투쟁으로 국회를 파행시킨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하라"(장전형 부대변인)는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한껏 물이 오른 무소불위의 무사 같다.

문제는 신바람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다. '조순형 효과'에 뒤이어 정국을 주도할 만한 후속타가 마땅찮다는 게 민주당의 고민이다. 오는 11일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도 발등의 불이다. '조순형 대표-추미애 원내대표'라는 당초 구상이 무산되면서 趙대표와 투톱을 이룰 인물 고르기가 수월치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대표 경선 때와 똑같이 6천만원을 기탁금으로 내도록 하면서 지원자가 유용태.이용삼 의원 등 두명으로 격감했고 아울러 관심도 떨어졌다. 한 의원은 "당 살림 좀 펴자며 과욕을 부리려다 국민적 관심을 이어갈 수 있는 좋은 이벤트가 물거품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박신홍 기자<jbjean@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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