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인하 “명분싸움”/국제가내려 13.5% 인하요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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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내리면 과소비 조장등 부작용”
휘발유값 인하 논쟁이 일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값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은 발생했으나 값을 내릴 경우 그렇지않아도 연평균 30%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는 휘발유 소비가 더욱 늘어날 것이고 그렇다고 현수준에서 동결하자니 여론의 눈총이 따갑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유사들은 그동안 비싼 값으로 원유를 들여온데 따른 손해를 메워줄 것을 요구해 동력자원부를 더욱 난처하게하고 있다.
24일 현재 국제유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들여다 쓰는 중동산 두바이유가 배럴당 14.82달러,오만유가 15.42달러로 지난달에 비해 각각 3.52달러씩 떨어졌으며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서부 텍사스중질유(WTI)도 이와 비슷한 폭으로 하락했다.
동력자원부 관계자는 이같은 국제유가의 하락폭을 국내 휘발유값에 연동시킬 경우 12월 한달동안 13.5%가량의 인하요인이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에너지소비를 줄이기 위해 가격인하요인의 일부를 특별소비세 인상으로 상쇄키로 하고 24일 휘발유 특소세를 현행 1백20%(보통기준)에서 1백30%로 10%포인트 인상,내년 1월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휘발유값은 여전히 9.5%의 인하요인이 남게됐다.
동력자원부는 인하요인을 국내 휘발유가격에 모두 반영할 경우 세전공장도가격이 등유(ℓ당 1백72원42전)보다 싼 1백69원14전으로 떨어져 석유류제품의 가격구조를 왜곡시킬 뿐 아니라 휘발유 과소비를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정유사들은 걸프사태와 국제유가가 비쌀때 손해를 본 4천억원 가운데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인하요인분 6백억원을 석유사업기금으로 거둬들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동력자원부 관계자는 이같은 여건을 고려할때 휘발유값을 현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전력요금을 비롯해 각종 공공요금이 들먹거리고 있는 요즘 물가불안심리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내리는 것도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어 휘발유값 인하가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지난 11월 휘발유값을 7.1% 인상하면서 「국제유가가 내리면 즉각 인하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한바 있어 이번에 값을 내리지않을 경우 여론의 비판이 쏟아질게 분명하다.
동력자원부는 휘발유가격에 관한 정책을 이번주말까지 매듭지을 계획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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