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전동차·레일 사고 부채질|부품 성능검사도 눈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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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달 15일 지하철1호선 종각역에서 발생한 운행중단 사고는 수도권전철지하철이 안고있는 복합적인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고였다.
이날 사고는 전동차바퀴와의 마찰로 심하게 파손된 레일(폭10cm·길이30cm)이 끊어져 발생한 것으로 정전·부품결함·정비불량등 일반적인 사고원인과는 그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폭10cm 쇠뭉치가 절단되었다는 사실은 수도권지하철·전철의 노후정도가 얼마나 심한가를 말해주고 있으며, 관리·보수·점검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같은 시설의 노후, 형식적인 정비·점검, 시설보수등은 주먹구구식 운영에도 그원인이 있지만 관리·정비인력 및 예산부족이 중요한 요인이 되고있다.
◇시설노후=올해 지하철1∼4호선구간에서 발생한 사고건수는 1호선9건, 2호선 10건, 3호선3건, 4호선 4건등 총26건이며 수도권전철구간에서는 25건이 발생했다.
서울시와 철도청에 따르면 지하철 1호선과 수도권 전철은 지난 74년, 2호선은 82년, 3·4호선은 85년 각각 개통됐는데 가장 먼저 개통된 지하철1호선과 전철에서 발생한 사고가 올들어 발생한 전체지하철·전철사고(68건)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시설노후는 사고를 유발시킨다는 평범한 사실을 그대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하철공사의 경우 올해 전체예산(6천9백24억원)중 노후시설개량비와 보수유지비는 25억원으로 전체예산의 1%에도 못미치고 있다. 종각역 레일파손지점도 84년1차 레일교체후 90년2차교체를 하려다 예산부족으로 93년으로 미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 공사측의 설명.
이같은 사정은 철도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부터 노후선로개체작업을 벌이고있으나 현재까지 개체된 구간은 25%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75%의 레일을 완전개체하는데는 예산·인력 부족등으로 2∼3년이 더 걸릴 전망이어서 사고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
2천여개의 부품들이 들어있어 걸핏하면 고장나기 쉬운 전동차의 경우도 시설노후가 심각한 문제.
전철의 경우 74년 개통당시 투입된 1백26량의 전동차가 예산부족으로 폐차되지 않고 18년째 운행되고 있다. 이는 10∼15년주기로 전동차를 강제 폐차하는 일본의 경우와 대조가 되고있다.
◇관리부실=전동차 및 기타기계강치에 들어가는 부품에 대한 성능검사등 철저한 사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
철도청측은 국정감사자료에서 올들어 대방역·구로역·온수역·신설동역·반월역등에서 발생한 운행중단사고는 사전기기 기능시험을 하지 않고 불량부품을 갈아끼워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인력부족=전철의 경우개통당시 대기 전동차량은4백40%가 증가했지만 보수인원은 1백%증원에 그치고 있다. 지하철도 현재보수요원이 10%정도 부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지하철공사측은 지난해 2월부터 정기·임시·특별검사등 3단계과정을 거쳐 실시해오던 전동차검사를 정기·비정기검사등 2개 과정으로 줄였으며 주간검사 및 반년검사제도는 아예 폐지시켰다. <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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