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서명·동시사찰 수용”/외교부성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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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 핵부재 미공식확인 전제로/미와 직접협상 요구/정부 “진의모호”강경대응검토
북한은 22일 노태우 대통령의 핵부재선언(12·18)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하면서 이와 관련한 미국의 명백한 입장표명을 전제로 핵안전협정서명과 남북 동시핵사찰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외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외교부대변인 성명을 통해 노대통령이 핵부재선언에서 밝힌대로 주한미핵무기가 완전히 철수됐다면 이는 북측이 일관되게 주장하던 「정당한 요구」가 실현된 것이므로 『이를 환영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주한미핵무기의 통수권이 미국측에 있음을 들어 이에 대한 미당국의 공식적 확인을 요구한 것으로 북한방송이 23일 보도했다.<관계기사 3면>
이 성명은 그러나 한반도 남쪽의 핵부재선언이 일단 발표된 이상 미국이 앞으로 명백한 입장을 밝히리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핵 확산금지조약에 따르는 안전협정에 서명할 것이며 해당한 절차를 통해 핵사찰을 받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 성명은 이어 핵사찰과 관련해 한국측도 호응한바 있는 남북 동시사찰로 진행될 것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북­미 협상을 요구하고 한국측에 한반도비핵지대화 선언의 조속한 채택을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성명에서 『우리나라가 핵담보협정에 따르는 사찰을 받게될때 남조선에 배비한 미국 핵무기의 존재여부를 검증·확인하기 위한 사찰도 반드시 동시에 진행돼야하며 이를 위해선 미국과의 협상이 실시돼야 한다』고 대미협상을 여전히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23일 남북대화사무국에서 북한핵무기 개발저지대책회의를 열어 북한외교부 성명을 분석하고,한반도의 핵문제는 남북한 당사자간 대화로 해결돼야 한다는 기존입장을 재촉구키로 했다.
정부는 북한외교부성명이 미국의 핵부재확인을 전제로 하는 것인지,아니면 이를 유효한 요구로 남겨두되 일단 서명은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지않으나 서명은 하겠다는 쪽에 비중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오는 26일 판문점 대표회담에서 조속한 실천을 요구키로 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와 관련,비공식논평을 통해 『북한이 서명과 사찰을 수용하겠다는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국제원자력기구와의 핵안전협정 서명과 사찰은 조건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가 제의한 동시시범사찰은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과는 별개의 것이며,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은 국제의무이므로 별도로 절차대로 이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동시시범사찰도 남북한이 당사자가 되어 협상,이루어져야 하며 미국이 협상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북한측에 다시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6일 접촉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사찰은 국제원자력기구의 북한핵시설 사찰과 북한당국의 남한내 미군기지 사찰이라는 불평등 제의라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남한내 미군핵무기의 존재여부를 확인하고 싶으면 그와는 별도로 남북한의 동시사찰을 수락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정부는 북한이 일단 연내에 서명을 하더라도 사찰에 이르기까지의 절차에 많은 시간을 소요시킬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정해진 절차를 어길 경우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할 결의안을 유엔안보리에 제출한다는데 미국측과 협의를 끝냈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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