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만 달러에 목맨 북한 중국서 안 풀자 '판 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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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 부부장은 전날 한.미.일 대표들을 차례로 만나 회담 기간을 어렵사리 연장했다.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을 전제로 2.13 합의와 영변 핵시설의 동결.폐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김 부상의 윗선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노(NO)"라고 거부했다. 중국이 "BDA 문제는 기술적이고 금융 기법상의 문제일 뿐"이라며 회담 진행을 요구한 데 대해 김 부상의 '돌발 귀국' 카드로 맞받아친 것이다. 회담에 참석 중인 외교부 당국자는 "오늘은 의장국인 중국의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날"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외교상 결례'는 이날 오전에도 있었다. 김 부상은 6자회담의 틀에서 열린 북.중 양자 회담에 '본부 국장급'인 김성기 주중 공사를 대신 내보냈다. 상대는 우다웨이 부부장이었다. 김 공사가 비핵화 실무그룹 대표이나 두 사람의 격(格)과 지위는 크게 차이 난다.

요즘 베이징 외교가에선 북.중 간 이상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지난해 10월 핵실험 이후 쌓여온 불신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중국이 미국의 BDA 북한 계좌 동결에 협조한 데 이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한 데 대해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 탓인지 북한 외교관들은 사석에서 '중국이 해준 게 뭐가 있느냐' '중국을 믿을 수 없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3월 초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 중국대사관을 방문한 것도 베이징 외교가에선 색다르게 해석된다. 북.중 밀월 관계가 아니라 난조에 빠진 양국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정치적인 제스처를 취했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6자회담에서 중국이 한.미.일과 똑같이 핵 폐기를 압박하는 데 대단한 불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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