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준 여부 「합의서」 공방/격론 벌어진 외무통일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비준땐 분단고착화하는 셈/정부측/체제인정은 국민합의 필요/정치적 이용기도는 안될일/야·YS계
16일 오후 국회 외무통일위(위원장 박정수)·통일정책특위(위원장 박관용) 합동회의는 「12·13 남북합의서」를 집중 논의했다.
이날 제기된 주요쟁점은 국회절차문제와 직결된 합의서 성격규정문제와 함께 ▲핵문제 ▲팀스피리트훈련·남북정상회담 등 후속문제 ▲국내정치적 파장 등이다.
질의에 나선 여야의원 9명중 박관용 의원(민자)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국회의 비준동의에 준하는 절차를 밟고 ▲내년 1월 임시국회를 열어 신중히 심의하자고 촉구했다.
심지어 민자당의 민주계인 황병태 의원은 『핵문제가 남북간에 선결되기 전에 합의서의 발효를 보류하라』는 주장까지 폈다.
이같은 야당과 일부 여당의원의 분위기는 「국회지지결의안」으로 국회절차를 마무리지으려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입장과 크게 다른 것이어서 앞으로 처리과정이 주목된다.
○…박관용 의원은 『양쪽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받은 독일기본조약과 남북합의서는 성격이 다르다』며 정부 입장을 지원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일본·유럽 등 관련국가들이 남북관계를 「내부자거래」로 보지 않으며 ▲합의내용 자체가 상대 체제 존중·내부문제 불간섭 등 사실상 국가실체를 상호 인정하고 있고 ▲국민적 합의와 여론수렴의 필요상 국회비준동의 또는 이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순승 의원(민주)은 『합의서 25개조항 모두가 상호원조·안전보장·국민재정부담 등과 관련된 중대사항』이라며 『헌법은 이같은 문제들에 대해 국회동의를 규정하고 있다』고 비준동의에 준하는 절차를 요구했다.
최호중 부총리도 이에 조목조목 반박.
그는 『남북 양측 모두 합의서가 국가간 조약이 아니고 남북의 특수관계에 따른 잠정협정으로 못박고 있다』고 말하고 『국회가 비준동의에 준하는 절차를 밟는다면 분단고착화 논리라는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이는 북한측이 특별히 강조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회동의 절차를 거칠 경우 ▲물자교류·합작투자 같은 앞으로 있을 남북거래에 관세적용등 국제법적 규제를 받아야 하고 ▲계속해서 남북간 합의서가 나올때마다 국회동의와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을 벌여야 한다고 반대했다.
○…여야의원 모두가 합의서에 핵문제가 빠진점을 지적해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황병태 의원은 『합의서 6조에 남북이 서로 협력하고 공동노력한다고 돼있는데,북한이 계속 핵개발을 추진하고 내년 1,2월께 국제적인 강제핵사찰이 실시되면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를 따졌다.
의원들은 특히 합의서추진과정에서 미국과 협의가 있었는지를 집중 질문.
최부총리는 이에 대해 『합의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공동발표에서 「남북이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한다」는 것이 강조됐고 연내에 있을 대표접촉에서 핵문제에 관한 합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미간 합의서 채택과정에서 긴밀한 협조체제가 유지됐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미일은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절실한 필요성에 따라 북측에 핵사찰을 요구하는 것으로 별다른 외교문제는 없다』고 강조.
○…이밖에 야당의원들은 ▲남북정상회담과의 연계 ▲내각제추진가능성 ▲일련의 남북관계 진행상황에 맞춰 선거일정을 자의적 조정의도 유무 ▲국가보안법 개정·임수경양 등 석방을 집중 추궁.
야당의원들은 특히 『합의서 서명에 따른 남북관계의 진전을 국내정치적으로 이용할 의지가 없다고 공식천명할 용의는 없는가』고 물었다.
최부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정상회담에 관한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고 답하고 국내정치관련설을 일체 부인.
민자당의 김영삼 대표계와 야당측은 남북합의서 정국이 국내정치에 이용될 가능성을 경계했고,특히 그것이 몰고올지도 모를 국내정치일정의 가변성과 정치체제의 변혁을 미리부터 차단해보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보였다.<전영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