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합의서를 보고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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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남북합의서 서명을 지켜본 시인 고은씨가 민족통일을 바라는 시 한편을 보내왔다. 그 전문을 싣는다.

<그날이 오는가|시인 고은>
그날이 오늘이라면
얼마나 기뻐 파도치겠는가
너와 나 엉겨
얼마나 기뻐 울음바다이겠는가
꽃같은 이 강산 너무 슬펐다
쇠울짱 첩첩으로 가로 막혀
그 무엇 때문에
그렇게도 미움과 반역의 세월이었던가
오 가슴팍 너른너른
이제 그날이 다가오는가
수 많은 피와 눈물 헛되지 않았다고
온 세상에 새겨야 할 그날이 오는가
그리하여 아직 우리에게는
하나의 감격이 남아 있다
함부로 써버릴 수 없는 것, 그것
그 감격의 날이 남아 있다
이제 우리는 더 달려가야 한다
몇천년의 조상
몇만년의 자손과 함께
저 통일의 오늘이여 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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