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교육의 주범은 바로 교육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교육인적자원부가 어제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영어체험센터 구축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됐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사교육의 주범은 잘못된 공교육에 있다. 평등주의 교육 때문이다. 이런 근본문제를 회피하고 미봉책만 내놓고는 문제 해결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썩은 뿌리를 놔두고 진딧물 소독만 하는 격이다.

3년 전에도 교육부는 사교육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교육은 더욱 번성했다. 획일적인 평준화 정책, 시대착오적인 교육평등주의에 젖은 청와대 코드에 맞춰 교육부가 교육 실상과는 전혀 맞지 않는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대학 등의 자율에 맡기면 알아서 잘할 텐데 교육부가 수시로 입시에 간섭하고 정책을 고쳐대니 공교육을 불신하는 학생.학부모들은 더욱 사교육에 매달린다. 공교육 강화, 사교육 경감이란 목표 아래 얼개를 짠 2008년 대입을 보라. 죽음의 트라이앵글(수능.내신.논술)이란 말까지 유행하면서 사교육이 활개치고 있지 않은가.

이번에는 2008년 대입 규제가 한층 강화됐다. 교육부는 '협력 강화'란 미명 아래 내신 실질 반영률을 높이라고 대학에 요구키로 했다. 수능.내신 등 전형 요소 반영 방법은 대학 자율이다. 그래서 많은 대학이 최근 정시모집 인원의 절반을 수능으로 뽑겠다고 발표했다. 상당수 학부모.학생들은 내신과 사교육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반겼다. 그런데 교육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외고 등 특수목적고를 사교육 진원지로 지목했다. 특목고 진학 희망자들이 사교육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대책이라는 것이 문제 있는 특목고는 지정 해지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획일적인 평준화 정책으로 인해 특목고의 인기는 높아졌다. 특목고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고, 사교육비도 적게 든다고 한다. 특목고를 세우려는 교육청도 많다. 그런데 교육부는 월권까지 하면서 설립을 막았다.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을 줄이니 사교육이 늘어난 것이 아닌가. 교육부가 사교육의 주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