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푸얼차로 추정되는 아이 머리 모양의 만수용단(오른쪽 검고 둥근 모양의 차) 등 청 광서제에게 진상된 공차(貢茶)가 고향인 윈난성 푸얼로 돌아가기 위해 19일 100년 동안 머물렀던 베이징 자금성 내 박물관을 떠났다. 푸얼시 대표(左)가 차를 건네받기 직전 박물관 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베이징=신경보 제공]
이 차의 산지인 남부 윈난(雲南)성 푸얼에서 온 대표는 이들을 건네받아 상 위에 정중하게 올려놓은 뒤 관장과 굳은 악수를 했다. 특수 제작된 검은색 함에 담긴 차는 경찰들의 삼엄한 경호 속에 두 명의 여성에 의해 자금성 밖으로 '외출'했다.
중국 신문과 방송들이 전한 '황제차' 만수용단의 출궁 의식이다. 2.5㎏ 무게의 이 푸얼차 덩이는 청나라 광서제(光緖帝:재위 1874~1908)에게 진상된 공차(貢茶:황제에게 바친 차)다. 만든 지 150년이 넘어 현존하는 푸얼차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박물관에 머무른 기간만 100년을 넘는다. 오래될수록 더욱 숙성되는 푸얼차의 특성상 만수용단은 현존하는 최상품으로 평가받는다. 중국에선 거의 문화재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차 박물관에 보관한다.
값은 따질 수 없다. 만수용단과 함께 나온 120년짜리 공차를 300만 위안(약 3억6000만원)에 사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팔지는 않는다.
만수용단이 외출 나온 목적은 고향을 찾기 위해서다. 중국 문화부가 이 차의 산업.문화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계획이다. 베이징의 한 전시관에서 사흘간 일반에 공개된 뒤 2500㎞ 떨어진 고향 푸얼로 옮겨진다. 앞으로 3개월 후에야 다시 박물관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날 출궁 의식은 화려했다. 길가에는 시민들이 도열했다. 경찰도 군데군데 배치됐다. 윈난 전통 복장의 여성들이 세 덩어리의 차가 든 검은 함을 운반할 때에는 경찰관 2명이 근접 경호했다. 윈난성 소수민족인 와족(族)이 전통 복장 차림으로 뒤를 따랐다.
찻잎 상인들이 현장에서 진귀한 푸얼차를 내놓고 즉석 경매했다. 30분 만에 22만5000위안(약 2700만원)이 모였다. 이 돈은 전액 '윈난 출신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됐다.
베이징= 진세근 특파원
◆ 푸얼(普.보이)차=중국 남부 윈난(雲南) 지역에서 나는 발효차다. 여러 지방에서 생산된 차를 푸얼현 차 시장에서 모아 출하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한국에선 한자음 그대로 보이차로 통한다. 오래될수록 떫은맛이 줄어들고, 향기가 좋아져 가치가 높아진다. 차는 검은색이지만 우려내면 옅은 붉은색을 띠는데 오래된 것일수록 붉은 빛깔이 짙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