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권력형 비리 아닌 개인비리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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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특검법 재의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뒷수습을 시작했다. 5일 문희상(文喜相)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관계 수석 회의에선 "측근 비리 의혹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이 정리됐다. 정국을 요동치게 한 특검법안도 지체없이 처리키로 했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6일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특검법 공포안을 의결한다.

특검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정면 돌파 방침이 엿보인다. 다음주엔 盧대통령이 4당 대표들과 만나 대치 정국의 정상화에 나선다.

단 청와대는 盧대통령 본인과 측근들의 비리 의혹과는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는 회의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특검법안이 적시한 측근 비리 의혹은 대통령의 위세나 권력을 등에 업고 이뤄진 권력형 비리 의혹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를 과거 정권의 권력형 비리처럼 호도.왜곡하는 일부의 주장은 전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내년 총선까지 盧대통령과 여권을 '괴롭힐' 특검 수사에 대해 미리 방어막을 쳐둔 인상이다.

아울러 청와대는 특검법안 재의결에 자극받은 검찰이 정치권에 대해 전방위적 수사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가 "국민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나 측근 비리 의혹 수사 모두를 냉철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낡은 정치를 혁파하라는 국민과 시대의 요구는 누구도 가로막거나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강도 높은 사정이 시작되면 특검 정국에서의 완패를 뒤집을 수 있다고 청와대는 판단하는 듯하다.

동시에 盧대통령은 수세 정국을 반전시키고 열린우리당을 띄우기 위한 여러가지 국면 전환 카드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은 우선 여권 내부의 인적 재편을 불러올 전망이다.

야 3당에 의한 압박이 계속될 경우 현직 각료들과 청와대 고위 인사들이 열린우리당에 대거 입당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편으론 열린우리당 인사들이 일부 입각해 내각의 안정성을 보완하는 방안도 여권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면적인 청와대 개편과 개각이 거론되는 이유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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