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책풍경] 바쁘다고 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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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사는 게 언제나 바쁘다. 왜 바쁜지는 그 까닭을 잘 모르겠다. 아무리 계산기를 이리저리두드려보아도 해야 할 일도, 하여 놓은 일도 없다. 그저 마음만 괜스레 바쁜 거다. 하기야 누구 재촉할 이 없는 아침가리 골짝의 물도 저리 바삐 흘러가는 것을 보면 인간의 조바심을 그렇게까지 탓할 것만은 아닌 듯하다. 바쁘다고 하는 것은 그저 심장 박동 후의 여진이 황홀하리만큼 자고로 수족까지 미치는 현상이니까.

-그림.글=최용건(화가), '하하하(부제:내린천 화가의 솔바람 에세이'(중앙M&B 발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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